[사설] 검찰, 정말 달라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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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과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례없는 행보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업유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은 사상 처음으로 상급기관인 대검 공안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을 소환해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또 김태정 (金泰政) 전 법무장관도 소환조사했다.

내부 상급조직에 대한 압수수색도 그러려니와 검찰총장 출신의 전직 법무장관을 재임시 사건과 관련해 수사하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경기은행 퇴출저지 로비사건과 관련해 임창열 (林昌烈) 경기도지사 부부와 '거물 로비스터' 이영우 (李映雨) 씨를 구속한 인천지검은 로비과정에서 최기선 (崔箕善) 인천시장에게도 돈이 전달된 사실을 밝혀내고 소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두 사건은 검찰이 전국검사장회의를 통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후에 수사에 착수한 대형 사건이란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와 시선을 모아왔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정치권의 특별검사제 실시 합의에도 불구하고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행해 특검제 물타기라는 의구심을 사고, 로비사건 수사과정에서는 李씨의 신분이나 崔시장 소환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역시나' 하는 불만을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경기은행 사건 수사에서 드러낸 모습은 과거의 체질을 버리지 못한 데서 오는 수사혼선이라고 비쳐질 만한 것이었다.

우리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보인 과감성이나 '사상 처음' 의 조치가 과연 검찰 거듭나기를 뒷받침하는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새로운 모습이 검찰도 살아야겠다는 일종의 '생존투쟁' 적 성격이란 느낌은 갖게 된다.

파업유도 의혹 수사가 특검제 도입에 대응해 조직을 방어하기 위한 수뇌부의 결정이었다면, 경기은행 수사는 검찰의 체질개선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일선의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崔시장 소환을 둘러싼 말바꾸기 행태도 정치권의 입장이 반영된 대검 지휘부와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볼 때 일단 긍정적인 변화라고 하겠다.

우리는 지휘부와 일선간의 갈등이 명령체계에 따라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조직 관행을 깨뜨린 것으로 검찰이 달라지고 있다는 한 사례라고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과제는 검찰이 '생존투쟁' 을 얼마나 철저하게 수행하느냐는 점이다. 파업유도 의혹의 핵심은 秦씨의 파업유도 혐의를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상층부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또 경기은행 사건은 퇴출저지 로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남김없이 규명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 사건의 수사를 통해 과연 검찰이 정말 달라지고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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