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 1억받은 이영우씨 캘수록 거물급 '마당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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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거물급 로비스트' 인가, 아닌가. 서이석 (徐利錫) 전 경기은행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영우 (李映雨.58) 씨의 실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李씨가 환태평양협회를 통해 정.관.재계 인사들과 광범위한 교류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찍이 건설업에 투신, 30대 초반에 업체 대표이사를 맡은 李씨는 75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경제협력과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한호 (韓濠) 협회를 설립하면서 유력인사들과 본격적인 교류에 나섰다.

81년 환태평양협회로 확대.개편해 회장으로 취임한 李씨는 재벌총수 및 전직 고위공직자 등을 협회 고문으로 영입했다.

5공 때는 대통령 인척이 후원인으로 가입, 전경련 소속 그룹회장들의 후원이 끊이질 않았다.

李씨의 한 지인은 "이후 李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줄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그때마다 정권의 실력자를 총재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李씨가 '아태재단 미주지부의 한 유력인사로부터 이희호 (李姬鎬) 여사의 조카인 이영작 (李英作) 박사를 소개받았다' 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고 전했다.

李씨는 지난해 5월 이영작 박사를 상임고문으로 하는 한미경제외교협회를 설립하고 자신이 회장을 맡으며 새정부 인사들과 접촉했다.

그리고 한동안 활동을 접어뒀던 환태평양협회 활동도 재개, 한광옥 (韓光玉) 의원을 총재로 추대하고 정.재계 주요인사 20여명을 부회장 및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며, 1백여 기업체를 회원단체로 삼고 사회 각계의 지도급 인사 1천여명을 회원으로 추대했다.

지난 3월 회원명단과 활동내용을 담아 각계에 배포한 안내책자에는 李씨가 이희호 여사와 이영작 박사를 비롯,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 20여장이 포함돼 있다.

이로 미뤄볼 때 李씨가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유력인사들을 끌어들였으며 이를 통해 정.재계에서의 활동영역을 넓혀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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