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회생'기업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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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외환위기를 전후해 부도와 화의.법정관리로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빠르게 되살아 나고 있다. 당초 기대를 훨씬 넘어선 히트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내수 회복으로 매출이 늘면서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 효자 상품 덕본 기업들 = 23도짜리 순한 소주인 '참眞 (진) 이슬露 (로)' 가 진로를 살렸다.

지난해 10월 이래 지금까지 2억병 가까이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한 것. 진로 관계자는 "계열사와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자구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참眞이슬露가 효자" 라며 "상반기 결산 때 매출은 8%, 영업이익은 22% 늘었다" 고 말했다.

삼립식품은 올 3월 내놓은 '국찐이빵' 이 매달 40억원 이상씩 팔리면서 95년 부도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해태제과의 재기에는 장수 상품인 '부라보콘' 과 '맛동산' 이 일등공신. 부라보콘은 지난달에만 50억원어치나 팔렸으며 맛동산은 올 상반기에 3백억원어치가 나가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의 두배를 넘었다.

해태제과 측은 "올 매출이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7천1백억원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니밴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 가 효자다.

올 상반기 대우자동차를 제치고 내수 2위를 탈환했으며 지난달 판매대수도 7만6천대로 부도전 수준 (5만7천대) 을 넘어섰다. 올 매출은 7조6천여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 늘어날 전망이며, 1천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 소비 심리 회복이 약 = 외환위기를 전후해 부도를 냈던 한신코아.미도파.뉴코아 백화점은 최근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데 힘입어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한신코아는 올 상반기 매출이 1천5백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늘었다. 미도파는 주력 점포인 상계점의 호조로 올 상반기 매출이 43% 늘어난 1천8백26억원에 달했다.

뉴코아는 식품류가 잘 팔리면서 올 상반기 매출 (킴스클럽 포함) 이 8천6백여억원으로 20% 늘었다.

뉴코아 관계자는 "최근 경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어 인가 시한인 오는 11월 이전에 법정관리 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해태전자는 당좌거래가 안되는데도 내수 회복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덕에 활기를 찾고 있다. 오디오 시장점유율은 36%로 1위. 해태전자 측은 "올 매출이 지난해의 두배인 4천억원으로 예상된다" 며 "이에 힘입어 채권단이 조만간 제3자 매각.법정관리 등 어떤 식으로든 회사처리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고현곤.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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