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왕위전] 유창혁-목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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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제2보 (17~32) =백16이 떨어진 장면에서의 다음 한 수는 어디냐.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이다.

이 장면을 옮겨놓으면 '참고도1' 과 같다.

백와 흑는 어차피 교환될 자리이므로 여기서 백1로 어깨를 짚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백1은 악수의 의미도 강하니까 보통은 흑2로 받을 것이다.

하지만 睦4단은 무려 21분의 장고 끝에 17로 반발해버렸다.

17은 19세 젊은이다운 패기였다.

20부터는 호랑이 등에 탄 형세. 12분 공들여 23 쫓은 다음 睦4단은 판을 매섭게 노려본다.

공격 직전의 장내엔 폭풍전야의 고요가 감돈다.

그러나 劉9단의 낯빛은 태연해 전혀 동요의 빛이 없다.

이를 본 睦4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다시 7분을 더 투자한 끝에 睦4단은 돌연 25라는 철군령을 내렸다.

그는 국후 '가' 로 붙여 넘는 수가 있어 공격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토실에선 그러나 '참고도2' 흑1로 씌우는 한 수라고 했다.

백8, 10엔 15까지 막아버린다.

쌍방 어려운 싸움이지만 17로 전쟁을 택한 이상 이게 기세이자 필연이라고 했다.

睦4단이 25, 31로 멀리 후퇴한 것은 불가사의했다.

그것이 실전심리일까. 강자 앞에서 결단의 칼을 뽑기란 그토록 힘든 것일까.

(21일자 睦4단의 전적 3패를 1승2패로 바로잡습니다) .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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