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엘리트 관료 잇단 벤처 투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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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관가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던 엘리트 공무원들이 잇따라 벤처기업가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안정된 대기업이 아닌 미래가 불확실한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장성의 노른자위 보직 중 하나인 주세국 총무과장 후시미 다이지 (伏見泰治.48) 는 이달초 사표를 내고 데이터통신회사 CWC의 고문으로 취임했다.

주세국 총무과장 자리는 우스이 노부아키 (簿井信明) 신임 대장성 사무차관이 거쳐갔을 정도의 주요 포스트. 그를 벤처기업으로 끌어낸 장본인은 CWC의 출자기업인 인터넷 접속업체 IIJ의 스즈키 고이치 (鈴木幸一) 사장. 무려 5년전부터 후시미 과장을 점찍어 '프로포즈' 공세를 취해 결국 승낙을 얻어냈다.

같은 대장성 출신의 에구치 다카시 (江口隆.49) 는 손정의 (孫正義) 씨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기업가로 변신한 케이스. 그는 긴키 (近畿) 재무국 이재부장.대장상관방기획관을 역임한 엘리트로 지금은 소프트방크 계열의 인재파견회사 파스나소프트방크의 사장이 됐다.

창업을 하는 공무원도 있다. 통산성 기초산업국 출신의 야마나카 다다요시 (山中唯義.42) 는 지난 3월 벤처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회사 벤처라보를 설립했다. 또 대장성 국제금융국 출신의 가토 히데키 (可藤秀樹.49) 도 게이오 (慶應) 대 교수로 일하면서 개인연구기관인 '구상일본 (構想日本)' 을 세웠다.

중견 엘리트 관료들의 잇따른 전직은 관료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진데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사기도 위축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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