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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가 진단한 경제] 거품경기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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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개발연구원 (KDI) 이 15일 내놓은 경제전망은 경기과열과 거품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KDI는 구조조정이 아직 더딘 상황에서 경기상승이 가속화 될 경우 내년 이후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과 경기불안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인플레 압력에 대비한 선제적 통화정책을 준비하라고 KDI는 제안했다.

◇ 경기 판단 = KDI가 내놓은 7.5% 성장전망치는 정부와 국책.민간 연구소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KDI는 올 물가상승률을 0.9%로 정부 (2%) 보다 오히려 낮게 잡았다.

올해안에 인플레 등 경제의 불안요인이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KDI 김준경 (金俊經) 연구위원은 "올 성장률이 7.5%에 달해도 지난해 급락했던 기술적 반등 요인을 감안하면 아직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잠재성장률 범위안"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이후 상황은 분명 달라질 수 있고 이를 일찌감치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 상존하는 불안요인 = 무엇보다 인플레 압력이 우려된다.

경기회생을 위한 재정방출로 잔뜩 풀려있는 통화의 유통속도가 내년부터는 빨라질 전망이다.

주식시장에서 시작된 자산가치의 상승이 부동산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아울러 경기회복에 따른 보상욕구로 임금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서 나타나듯이 대외변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위기의 근본요인이었던 기업부문의 부실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가 아직 미흡한 점도 큰 문제다.

이같은 잠재부실이 정리되지 못한 채 경기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 선제적 통화정책 필요 = KDI는 이같은 상황인식 아래 몇가지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인플레 압력을 사전에 차단할 선제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플레가 가시화된 후에는 손을 써봐야 늦기 때문에 미리 돈줄을 죄고 금리도 조금씩 올리면서 경기상승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라는 것이다.

다만 선제적 통화정책을 써야 할 시점과 관련, 金연구위원은 "올해안에 필요할지 여부는 한국은행이 판단해 결정할 문제" 라고 말했다.

KDI는 아울러 급속한 경기회복을 기업.금융부문 구조개혁에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를 치유하기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부활 등 세제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실업대책을 빈곤대책으로 전환할 것도 제안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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