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배럴=20불 넘어…국내 기름값 내달 인상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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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제 석유값이 심리적 저지선인 배럴당 20달러를 넘었다. 유가가 2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97년 11월 이후 20개월만이다.

특히 이란 소요사태 등의 영향으로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유가파동 재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NYME)에서 8월 인도분 원유가는 전날 폐장가보다 배럴당 24센트 오른 20.15달러에 거래됐다.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 (IPE)에서도 석유 메이저인 셸이 이날 오전 나이지리아 델타 지역 유전의 소요로 석유 생산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힌 직후 북해산 브렌트유가 상승세를 보여 전날보다 0.1달러 오른 배럴당 18.69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에너지기구 (IEA) 는 이같은 유가상승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원국들이 감산 합의에 따라 하루 평균 1백46만배럴씩 생산량을 줄인 때문.

여기에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계속된 호황으로 소비량이 급증하고 재고량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미 석유연구소 (API)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 주말 3억2천7백22만배럴에서 지난 12일 현재 3억2천4백63만배럴로 줄었으며 휘발유 공급량도 2억1천4백69만배럴에서 2억1천2백79만배럴로 감소했다.

IEA는 또 아시아 각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석유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번 유가상승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수요가 7월 현재 하루 7천5백10만배럴로 지난해에 비해 1백10만배럴이 늘었다" 고 밝혔다.

이밖에 6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란의 소요사태도 아랍지역의 석유생산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제 석유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이같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국내 기름값의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국내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SK관계자는 "지난 6월에도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업체간 가격경쟁 등으로 동결했었다" 며 "정부의 추가적인 세금조정이 없는 한 다음달부터는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인상되면 국내유가는 1개월 후 평균 2.5% 정도 인상요인이 발생하며, 이 경우 휘발유는 ℓ당 14원 정도 오르게 된다.

최형규.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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