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살해 용의자, 로또 1등 21억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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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용의자가 로또복권 1등 당첨금 21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박모(33.무직.서울 은평구)씨는 지난달 초순 직장 및 카드빚 문제로 어머니(60)와 다투다 홧김에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 21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에도 시신을 안방에 두고 한 달 이상 생활했다. 이 때문에 집 밖까지 악취가 진동했고 주민들이 이를 경찰에 신고해 꼬리가 잡혔다.

이후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최근의 행적을 조사하던 중 로또 1등 당첨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아연 실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고 진술해 은행 측에 문의한 결과 당첨금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 복권을 박씨가 구입한 것이 아니라 훔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씨의 집에서 김모(51.서울 용산구)씨의 지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씨가 지난 8일 은평구 역촌동의 한 공원에서 훔친 김씨의 지갑에 들어있던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복권을 구입했다는 복권판매소와 당첨된 복권을 판매한 곳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박씨는 당첨 사실을 확인하고 1등 당첨금 30억6000만원 가운데 세금을 뺀 21억원을 손에 넣었다. 그는 이 가운데 1억원으로 카드빚을 갚고 나머지는 K은행 계좌에 입금했다. 박씨는 또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구입하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이를 어머니의 시신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첨금 중 상당액은 박씨가 유흥비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은행 계좌에 돈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3일 박씨에 대해 존속살해.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박씨는 살해 혐의를 부인하는데다 복권도 자신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장혁.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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