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 교수 유민기념 강연 토론회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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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경원 = 헌팅턴 교수는 가나가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과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후진국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또 경제발전이 문화적 요인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면 왜 지난 5백여년 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이 더뎠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헌팅턴 교수는 또 "동일한 문화를 지닌 국가가 통합되는 추세로 볼 때 남북한간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기우" 라고 했다.

그의 예상이 맞았으면 좋겠다.

무력충돌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전면전의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오판을 했을 때 겪어야 할 심각한 사태를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리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다.

▶김성복 = 헌팅턴 교수는 미국을 서구문명권의 보루로 파악하지만 사실 미국은 유럽과의 대립과정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21세기에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2050년이 되면 유색인종이 미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미국이 유럽을 거부하고 유럽으로부터 배척받을 가능성도 큰 것이다.

헌팅턴 교수가 미.중국간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있다.

중국은 수출할 문화도, 이념도 없다.

유교는 종교가 아니다.

중국은 종교적 정체성이 없다.

중국이 수출할 것이라곤 상품밖에 없다.

헌팅턴 교수는 기독교가 한국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예를 들며 종교 지도자들이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했는데 한국의 경제발전.민주화는 기독교가 전적으로 주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국민의 30%에 불과하다.

▶헌팅턴 = 남북한의 문화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북한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가 북한에 남긴 제약이 결국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얘기다.

문화는 어떤 맥락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른 설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백여년 전 막스 베버는 유교가 동아시아 발전에 장애가 됐다고 지적했지만 최근 들어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은 유교문화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문화만이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 60년대 경제성장을 할 때 '문화' 가 주된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전쟁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어도 대비를 하는 것은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냉전기간중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에 대비했지만 전쟁은 발생하지 않았다.

金교수의 지적으로 넘어가겠다.

미국은 앞으로도 기독교 국가로 남을 것이다.

현재 미국 국민의 60% 가량이 기독교인이며, 앞으로 이 비율은 늘어날 것이다.

이민자들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중남미인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종교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전세계에 중국문화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문화라는 변수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경제성장이 전적으로 기독교인들 덕분이라고 지적한 것도 아니다.

단지 경제발전에 따라 기독교가 더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문명간의 싸움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많이 듣고 있다.

그러나 어떤 예언도 그대로 이뤄지는 적은 없다.

예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중요하다.

'문명간에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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