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일 내한한 헤럴드 고 美국무부차관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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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인 출신 최고위 미국 관료' 인 해럴드 고 (한국명 고홍주.45) 미 국무부 차관보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명이다.

취임 후 8개월 동안 세계 25개국을 찾았으며, 12일 오후 서울에 도착한 것도 영국.코소보.알바니아.마케도니아를 거쳐 온 길이었다.

고위 관료로서 서울을 찾은 것은 두번째. 지난해 11월엔 빌 클린턴 대통령을 수행한 자리였지만, 이번에는 미국 정부 대표자격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논의하는 '민주주의 포럼' 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왔다.

첫 방문 때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던 고 차관보는 "이번 방문은 아주 특별하고 자랑스럽다" 며 인터뷰에 응했다.

- 방한 소감은.

"나 자신과 조국 모두가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합니다. 제 부모가 반세기 전 민주주의를 찾아 이 땅을 떠날 당시 누구도 이 나라가 이렇게 민주화되고 발전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또 내가 미국 정부 대표 자격으로 이런 자리에 참석해 연설할 줄 알았겠습니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로서 어떤 일을 해왔습니까.

"세계 모든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보고 신장시키는 일입니다. 예컨대 전쟁이 끝난 코소보 주민들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그 중 하나죠. 현장의 모습을 제 눈으로 확인해야 하므로 1년의 절반 이상은 인권신장이 필요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닙니다. "

- 힘들지 않은가요.

"저는 교수시절부터 난민들을 위한 변호 등 인권신장을 위한 일들을 해왔습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하는 일들이니까 힘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런 일을 보다 공식적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고마울 뿐입니다. "

- 한국의 경우 최근 노사갈등이 심화되는 등 인권문제가 아직 심각한데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도전은 선진국이라는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다수가 참여해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입니다. 권위주의적 방식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

- 북한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한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북한은 식량난에서 환경문제까지 심각한 위기상황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계획된 틀 (Framework) 속에서 긴밀히 협력해가고 있습니다. 같은 민족, 비슷한 환경의 남북한 사이에 오늘날 이런 엄청난 차이가 생긴 것은 '민주주의가 경제발전과 인권신장에 얼마나 중요한가' 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 좌우명이 있다면.

"아버님이 항상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라' '깊이 생각하라' '조리있게 말하라' '광범하게 상상하라' '열린 마음을 가져라' 입니다. "

- 자녀교육은 어떻게 하는가요.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TV를 보는 시간에 아이들과 얘기하거나 함께 책을 읽습니다. 아버지는 산책하거나 운전을 하면서도 항상 앞서 말한 것들을 설명해주셨고, 스스로 그런 모습을 저에게 보여주셨죠.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좋은 여건인 만큼 더 많이 남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 고 말합니다. "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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