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비 구매미끼 수백억대 불법대출 700여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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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의료업계가 의료장비 구매를 미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법으로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본지 6월 29일자) 경찰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12일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할부금융 등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 (사기) 로 權모 (37.경기도 용인군) 씨 등 의사.한의사 7명과 브로커 林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불법 대출에 필요한 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해 준 혐의 (배임증재) 로 전 D보증보험 李모 (45.S보증보험 차장) 씨 등 4명을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전 D할부금융 李모 (30) 대리 등 4명을 배임증재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위장 의료기 판매상과 의사 등 1백20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 조사중이다.

경찰은 아울러 전국 4백7개 병.의원 및 한의원 소속 6백여명의 의사들이 할부금융사 등 제3금융권으로부터 7백여차례에 걸쳐 5백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전원 소환,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용인 Y병원장 權씨는 97년 7월 자금난을 겪게 되자 브로커 李모 (수감중) 씨와 짜고 개업 당시 구비해 놓은 X레이와 초음파검사기.레이저 등을 새로 구입하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K할부금융사에 제출하고 1억8천만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다.

이번에 적발된 다른 의사들도 같은 수법으로 1억3천만~4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적발된 의사들은 대출금을 부동산 투기와 개인 채무변제 및 증권투자, 병원 증.개축 등에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며 브로커 林씨 등은 의사들의 불법 대출 약점을 이용해 대출금을 가로채거나 건당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4~15%를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보증보험과 금융 관계자 등은 브로커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향응과 금품을 받고 의사 등이 제출한 구매계약서가 허위인 줄 알면서도 대출에 필요한 할부판매 보증보험증권을 발부하고 이를 근거로 거액을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 의사 가운데 30% 가량은 대출금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지 않거나 상환능력이 없어 폐업하는 등 악성 채무자로 전락했으며, 보증보험사와 할부금융사가 이 빚을 고스란히 떠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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