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당직개편 동교동계 앞세운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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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12 당직개편의 두드러진 면모는 동교동 (東橋洞) 인맥의 전면 포진이다.

당 관리의 정점 (사무총장) , 청와대와 당의 가교 (총재비서실장) 등 맥점 (脈點) 마다 현 정권의 모태 (母胎) 인 동교동계 인사를 긴급 수혈한 모양새다.

지역화합.관리형 총재권한대행과의 보완과 균형을 이루면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당 우위정치' 의지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갑 (韓和甲) 사무총장과 김옥두 (金玉斗) 총재비서실장은 권노갑 (權魯甲) 상임고문과 함께 동교동 1세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대통령 DJ' 를 만들기까지 30년 이상 김대중 대통령과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같이한 이들의 등장으로 동교동계의 당과 정국 주도권 장악에 힘이 실린 것은 물론이다.

韓총장과 金실장의 스타일에 따른 미세한 역할분담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韓총장은 '내부단합' 이 중시되던 민주화투쟁 시절의 동교동에선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여당이 된 후 오히려 추진력을 인정받아 실세 중 실세로 도약한 경우다.

반면 金실장은 DJ의 말이라면 "목숨까지 내던지겠다" 고 할 정도의 '충성심' 으로 무장한 충복형 스타일이다.

韓총장이 향후 총선 공천.당체제 정비에서 DJ의 권한위임에 따라 재량껏 주도권을 발휘하되 金실장은 DJ 의중을 가감없이 전해 보완적 내부조율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맞춰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상임고문도 金대통령의 뜻에 따라 매일 여의도 당사 (黨舍)에 상주하며 당무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외곽에 머물러 왔던 權고문의 가세로 사실상 동교동계의 확실한 '책임정치 시대' 가 막을 연 셈이라는 게 당 내부의 분석이다.

동교동계인 정균환 (鄭均桓) 전 사무총장이 한화갑 총장으로부터 총재특보단장을 물려받고, 범 동교동계 인사인 임채정 (林采正) 정책위의장이 등장한 것도 당내의 '동교동계 저인망 (底引網)' 구축을 방증하고 있다.

반면 동교동계의 전면 포진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소외감' 을 호소하는 세력이 적잖은 터에 '동교동 독주' 의 정도가 지나칠 경우 '강력한 여당' 을 겨냥한 추진력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동교동계마저 정국수습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DJ가 막다른 골목에 봉착할 수 있다" 는 조심스런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과거 YS정권 시절 최형우 (崔炯佑).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 등 상도동계 실세가 앞에 나설 때마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정국이 경색됐던 사례도 거론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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