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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넘은 나라 빚 … 재정 적자 줄이려 허리띠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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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내년 나라 살림(총지출:예산+기금) 규모를 291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 4월 추경을 포함한 올해 총지출 규모(301조8000억원)보다 3.3% 줄었다. ‘사실상 긴축’이다. 추경 편성 전의 올해 본예산보다는 2.5% 증가했는데, 이것도 총지출 기준으로 예산을 짜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적어도 재정 쪽에선 금융위기 대처를 위해 한껏 풀었던 재정을 조이는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한시적 사업 중 신용보증기관 출연 등 15개 사업(8조9000억원)을 종료하고, 희망근로 등 20개 사업은 대폭 축소했다(18조6803억원→7조6726억원).

정부가 긴축에 가깝게 나라 살림을 짠 것은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다는 걱정 때문이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내년 국세가 3.9%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내년 재정적자는 32조원으로 올해 51조원보다 크게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5%에서 -2.9%로 낮아진다. 그래도 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는 탓에 국가채무는 407조1000억원(GDP의 36.9%)으로 늘어나 사상 처음 40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적자 규모를 조금씩 줄여 2013~2014년 ‘적자 제로’인 균형재정을 이루고, 국가채무는 2013년에 GDP 대비 30%대 중반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이 쓰는 것 자체가 긴축이 아니라 경기 진작을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내년에 총세입보다 32조원을 더 지출하는 것은 적극적인 재정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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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하게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분야별로 희비가 갈렸다. 공무원 보수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동결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4조8000억원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친다. 그나마 4대 강 사업 예산을 제외하면 SOC 예산은 21조3000억원으로 올해(추경 포함)보다 3조4000억원 줄어드는 셈이다. 류성걸 예산실장은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대폭 늘렸던 도로 등 SOC 사업을 적정 수준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OC 투자는 성장잠재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지 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8.6% 증가한 81조원으로 책정했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8%로 역대 최고다. 예산실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중증 장애인 연금 도입 등으로 복지 예산이 늘어났다”면서 “서민 중시 국정기조에 따라 복지 예산을 최대한 배려했다”고 말했다. 교육분야는 1.2% 감소했는데 국세 수입 감소에 따라 지방교부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2010년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을 다음 달 1일 국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긴축이란 평가를 받는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순탄하게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구 SOC에 목을 매기 마련인 국회의원들이 SOC 예산의 사실상 축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1차 관전 포인트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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