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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를 낳은 흥덕사 복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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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금속활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청주문화의 본래 모습을 살리는 데 '직지'만한 것이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직지'를 낳은 흥덕사는 가람터만 남아있다. 그래서 최근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금속활자를 찍은 흥덕사를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민간에서는 흥덕사복원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관계기관에서는 학계에 용역을 주어 이미 몇 회에 걸쳐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금 흥덕사터에는 주자소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곳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세워져 그나마 직지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위안이 되고 있다. 그 옛날 건물지에는 전시용 금당과 복원되지 않은 몇 개의 주춧돌이 흥덕사의 인쇄 비밀을 묵묵히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박물관의 밀랍 마네킹과 더불어 생명력 없는 전시물에 불과해 쓸쓸함만 더해주고 있다.

흥덕사가 없는 '직지'는 있을 수 없고 '직지' 없는 흥덕사는 고아나 다를 바 없다는 단순한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흥덕사는 복원돼야 마땅하다. 당시 건축기법의 고증이 어려워 흥덕사를 옛것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는 부정적 견해가 있지만 현존 문화재들의 상당수는 후대에 중건하거나 복원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가람터에 흥덕사를 완전 복원하기가 어렵다면 현재 이 지역의 독특한 전통성을 살려 중건 내지 창건하면 이 시대 이후부터 오늘 세워진 흥덕사 자체가 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옛날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다시 창조되어야 한다, 옛것만 지나치게 고집한다면 문화 발전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으므로 전통의 건축기법을 현대식으로 변형하는 새로운 시도는 문화재의 원형을 파손하는 것일까? 건축기법도 그 시대와 환경에 따라 적합하게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복원된 흥덕사의 치미가 연당골 동산과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예술성으로 날렵하게 치솟아 다시 그윽한 묵향을 온누리에 풍겼으면 한다.

인쇄문화의 발상지 600여년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흥덕사 복원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향후 21세기 문화국가로서 우리 나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청주는 금속활자 발명의 효시가 된 도시로서 인쇄문화의 실제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 줄 중요한 책무를 갖는다.

우리가 자랑으로 여기는 흥덕사는 직지를 찍어낸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모체가 된 위풍당당한 절이 없다면 진정한 내면의 세계를 찾는 직지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겠는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흥덕사는 다시 세워져 21세기의 새로운 정신 수양을 하는 수행장소로서 기운이 감돌게 해야 한다.

이세열 주성대 중앙도서관 학술지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