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에 대한 바른 인식 필요한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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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오늘로 12년이 된다. 냉전붕괴의 와중에 공산국가 중국과 반공국가였던 한국이 6.25라는 과거사를 뒤로 한 채, 외교관계를 맺은 것은 당시 동북아 정세의 혁명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양국은 당시 대만과 북한이라는 맹방을 각각 두고 있었다. 그들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수교한 것은, 대립과 단절보다 교류와 개방이 양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교 후 12년 동안 양국은 경제 및 문화 분야에서 비약적 성과를 얻었다. 교역량, 직접투자, 인적 교류에 있어 중국은 한국의 제1 파트너로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있어 한국은 3대 교역국이자 제 1위의 투자유치국이 됐다. 양국의 교역 규모도 570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양국 정상이 합의한 대로 수년 내에 1000억달러의 교역규모 시대도 도래할 것이 틀림없다.

정치.외교 분야에 있어서도 양국은 그동안 동북아 안정과 평화의 주요한 파트너로서 기능해 왔다. 북한 핵문제나 탈북자 문제,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 양국은 상호협력을 통해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기여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관계가 12년 만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고구려사 왜곡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한국에는 반중(反中)감정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자칫 한.중 양국이 그동안 이룩해온 호혜와 협력, 발전의 좋은 모델이 좌초할 위기감마저 든다.

역사까지 왜곡하려는 중국의 안하무인의 태도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반미감정에 편승해 무조건 중국에 대해 호감만 표시해 왔던 대통령을 포함한 현 집권세력들에게 역사왜곡 문제는 중국의 또 다른 면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짝사랑한다고 그들도 사랑해 주지 않는다. 국가 간에는 냉혹한 이해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중국이 중화제국주의 의심을 사는 것은 스스로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중국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역사왜곡을 시정해 양국이 보다 확대되고 심화된 관계를 만드는 계기를 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