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김정일 최근 외교전략 심층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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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 (10일자)에서 "한국은 그동안의 야심찬 개혁에도 불구하고 통일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고 진단하고 "이에 대비하는 최선의 준비책은 더욱 유연한 경제구조와 강력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몸부림치는 폭군 (desperate tyrant) , 세계적인 위협 (global menace)' 이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와 '두개의 한국 - 전쟁의 어제, 평화의 내일' 이라는 제목의 특집 등 2개의 기사에서 한국의 통일대처 방안과 김정일 (金正日) 의 최근 외교전략을 심층 보도했다.

◇ 한반도의 통일 여건과 대응 방안 = 한국전 이후 46년 동안 북한은 돌출적인 행동으로 세계의 이목을 끄는 무모한 수법에 매달려 왔고 한국도 정경유착.개인적 충성.의리 등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반도 상황을 서독.동독의 통독과 비교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

북한의 경제가 통독전 동독과 같은 수준이 되려면 향후 12년간 매년 한국보다 15%가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수치다.

또한 미.중.일 등 주변 국가들도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먼저 통일에 대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

위기대처 관련법을 제정하고 동맹국들과의 막후 접촉을 통해 통일까지 가는 수순을 준비해야 한다.

또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내각.국회 등으로 대폭 이양해 향후 새로이 한국 시민이 될 북한인들에게 국가 운영에 참여토록 하는 정치의 장을 도출해야 한다.

◇ 김정일의 전략과 대응 방안 = 김정일이 핵 위협에서 배운 교훈은 나쁘게 행동할수록 주변국들이 더 필사적으로 자신을 매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제 그를 꿈에서 깨울 때가 됐다.

몽둥이가 없는 당근만으론 잠수함.어뢰정 침투, 미사일 발사 같은 행위를 억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정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더 위험한 장난을 할지도 모른다.

한.미.일은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경우 외교.경제면에서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임을 충분히 북측에 경고해야 한다.

◇ 한국 개혁의 과제 = 한국 정부는 재벌의 규모를 80년 수준으로 축소하려고 노력했지만 재벌들은 각종 해외 자회사와 복잡한 기업구조 등을 이용, 교묘히 피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은 과잉규제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관리들의 개입이 지나치다.

또한 한국이 경제적 개혁을 계속하려면 정치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정당이 정강에 기초해 설립되는 게 아니라 총재와 그에게 충성하는 패거리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국정치는 발전하지 못하고 지역감정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김현기.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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