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그래도 죄인…' 참공무원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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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화재사건 수사과정에서 '대쪽' 공직자로 밝혀져 국민으로부터 격려가 쏟아지고 있는 화성군청 전 부녀복지계장 이장덕 (李長德.39.여.민원계장) 씨.

상사의 압력과 회유를 거부하는 비망록 내용이 알려진 지난 5일 그는 하루종일 사진기자의 애를 태웠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런 그가 경찰 조사를 받다 몰래 구내식당으로 가면서 비로소 얼굴을 드러냈다.

당당해야 할 그는 한사코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마디 내뱉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 어렵사리 얼굴에서 잠시 손을 내린 그의 두 눈엔 눈물이 어렸다.

수천만~수억원을 뇌물로 챙긴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꼿꼿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10여년 동안 보아온 기자에게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의 눈물은 잘못인 줄 알면서 결국 인허가 서류에 결재 도장을 찍었다는 자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미안함도 묻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7일. "상사가 돈을 요구한 것은 '딱 한번' 뿐이었다" 는 해명이 '상납 요구 전말' 이란 이름으로 화성군청에서 흘러나왔다.

'딱 한번' 의 이면에 반성의 의미보다 혹 그에 대한 반목과 질시가 숨겨져 있지나 않은지 걱정된다. 李씨의 행동이 주목받는 것은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은 공직사회에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눈물이 '왕따' 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곳곳에서 도덕 불감증 증세를 보이는 이 사회의 양심을 되찾는 첫걸음일 것이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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