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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무자격 안마, 장애인 생존위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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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마사제도는 생존경쟁력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63년 부활된 우리나라 장애인 특화제도다.

외국의 경우 캐나다와 미국은 자동판매기와 카페테리아 운영권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하고 있고, 대만은 우리나라와 같이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온세 (ONCE) 라는 시각장애인 기구를 통해 복권판매권을 부여, 현재 3만여 시각장애인이 동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시각장애인의 통합사회 구현의 모델케이스로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안마사제도는 30여년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할 시각장애인 고용과 복지의 의무를 줄이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그 비용 또한 크게 절감한 성공적인 시각장애인 복지제도이자 고용제도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이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안마사제도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비 (非) 시각장애인들이 스포츠마사지.발관리.생활건강관리 등을 내걸고 의료법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안마업무를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시각장애인에 의한 안마업권 침탈과정에는 대량실직을 극복한다는 명분아래 추진돼 온 일관성 없는 정부부처별 정책 혼선이 한몫 해왔다.

지난 2월 2일과 6월 29일 두차례에 걸쳐 시각장애인은 안마사제도의 보호를 위한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그 결과 안마사제도에 대한 정부부처별 정책혼선이 정리단계에 접어들어 전국 1백만 시각장애인 및 그 가족이 한시름 놓게 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는 각 시.도에 공문을 시달해 스포츠마사지 전문체인점. 발관리센터.발지압원 등에서 행하는 안마. 마사지 행위나 무자격자의 여관.호텔 등 출장마사지를 비롯, 찜질방. 산소방. 휴게텔 등의 무자격 안마행위 단속 실시를 시달했다.

경찰청도 각 시.도 경찰청에 무자격 안마행위에 대한 실태파악을 지시해두고 있다.

노동부도 스포츠마사지사.발관리사.생활건강관리사 등 무자격 안마행위 관련직종은 실업자 재취직 훈련과정에서 제외할 방침을 표명하는 등 안마사제도에 대한 정부의 통일된 입장이 정리돼 전국에 만연한 무자격 안마행위가 근절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IMF이후 다시 복원시켜야 할 시각장애인 복지와 고용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통일돼 한 목소리를 내게 된 데 대해 시각장애인 및 그 가족은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런 정부의 의지가 실효성 있게 추진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정부가 장애인들의 자립기반을 보호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이 자립의지를 꽃피울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

아울러 비시각장애인들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살아가기 힘든 세상일수록 서로 격려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선택' 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생존' 이라는 사실을 십분 이해해줬으면 한다.

권인희 대한안마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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