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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화제] '한국:인물과 풍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예술의 유연성은 시간의 부식 작용에 대해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 대전 한림 미술관 (042 - 222 - 1211)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 인물과 풍경' 전은 '인물' 과 '풍경' 이라는 미술의 고전적 주제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해낼 것인가를 모색하는 기획이다.

여기서 주제의 진부함을 덜기 위한 '방부제' 로 선택된 것이 최근 현대 미술에서 주요 장르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사진. 말하자면 매체의 현대성이 내용의 현대성까지 보장하느냐는 다소 까다로운 문제가 걸려 있는 것이다.

배병우.민병헌씨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우리 작가 2명과 스테판 쿠튀리에.이자벨 와테르노 등 프랑스 작가 2명이 참가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과 프랑스인의 눈으로 본 한국이 나란히 전시돼 비교의 기회를 제공한다.

배병우.민병헌 두 작가의 사진은 시적 (詩的) 이고 회화적이다. 인화를 할 때 빛을 극도로 세심하게 조절하는 이들의 작업 방식은 붓과 팔레트를 들고 명도와 채도를 가늠하는 화가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쿠튀리에는 기와 지붕 위에 올라 앉은 아파트 신축 현장 등 공사 현장을 찍는다. 그림자가 지지 않는 광선 배치를 통해 피사체와 배경의 경계를 없애는 등 기록 사진적 냄새를 최소화하고 있다.

와테르노는 회화로 치면 초상화에 가까운, 내면 깊숙히 침잠한 인물 고유의 분위기를 잡아내는 인물 사진에 주력한다.

이 전시는 세계 미술계의 흐름과는 판이하게 아직 국내에서 미술의 한 분야로 뿌리박지 못한 사진의 활성화를 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0월 31일까지. 8월 27일~9월 13일 프랑스 문화원에서 쿠튀리에 개인전이 열린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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