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환율·금리, 늘 지금 같을 순 없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원화가치가 오르고 CD금리도 오르면서 다시 환율과 금리가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환율이든 금리든 추세적으로 당연한데도 새삼스레 반응하는 이들이 적잖다. 환율부터 생각해보자.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수출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율은 ‘1달러=117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로도 ‘1달러=1170∼1180원’으로 나타났다니 기업의 컨센서스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언제 그런 고환율-혹은 원화저평가-시대를 살았는지. 최근 국제 금융컨설팅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에 따르면 원화환율은 내년에 1달러=1054원, 내후년엔 1달러=980원으로 나와 있다. 이 수치를 믿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원화가치가, 세계경제가 리세션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2007년 말 수준으로 돌아가는 흐름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치는 현재 원화가치로만 따지면 엄청난 오름폭이지만 불과 2년 전 그런 환율로 지내왔던 것을 생각하자는 얘기다.

또 하나 실질실효환율도 따져봐야 한다. 원화가치는 대체로 10% 이상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원화에 대한 과민반응, 국제경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한국 경제의 구조, 이런 것들이 끌어내린 원화가치는 어차피 되돌아가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몇몇 예측에 따르면 올해 한국 수출은 몇 가지 의미 있는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3%를 넘어서리란 예측(글로벌 인사이트). 둘째, 수출 금액에 있어 처음으로 9위권에 들어서란 예측(톰슨 데이터스트림).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제위기로 세계 교역량이 30% 정도 줄어든 상황에서 우리는 마이너스 20% 남짓한 수준으로 막았다는 것, 우리 기업들이 이런 유형의 불황에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었다는 것, 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의미 부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환율이다. 이건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는 외부의 눈,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판단의 결과겠지만 그 효과가 다행스레 선방향으로 흘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는 금리 문제다. 최근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이 보는 적정 시장금리가 4%대인 것으로 나왔다. 이 또한 우리 경제에서 비정상임을 잊어선 안 된다. 언제 우리가 정책금리도 아니고, 시장금리로 4%를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누차 환율·금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잖은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상수(常數)로 착각하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환율이든 금리든 지금이 비정상이고, 정상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없이 진정한 경쟁력을 말할 수는 없다는 게 상수다.

박태욱 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