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오르고 CD금리도 오르면서 다시 환율과 금리가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환율이든 금리든 추세적으로 당연한데도 새삼스레 반응하는 이들이 적잖다. 환율부터 생각해보자.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수출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율은 ‘1달러=117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로도 ‘1달러=1170∼1180원’으로 나타났다니 기업의 컨센서스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언제 그런 고환율-혹은 원화저평가-시대를 살았는지. 최근 국제 금융컨설팅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에 따르면 원화환율은 내년에 1달러=1054원, 내후년엔 1달러=980원으로 나와 있다. 이 수치를 믿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원화가치가, 세계경제가 리세션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2007년 말 수준으로 돌아가는 흐름에 올라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치는 현재 원화가치로만 따지면 엄청난 오름폭이지만 불과 2년 전 그런 환율로 지내왔던 것을 생각하자는 얘기다.
또 하나 실질실효환율도 따져봐야 한다. 원화가치는 대체로 10% 이상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원화에 대한 과민반응, 국제경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한국 경제의 구조, 이런 것들이 끌어내린 원화가치는 어차피 되돌아가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몇몇 예측에 따르면 올해 한국 수출은 몇 가지 의미 있는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3%를 넘어서리란 예측(글로벌 인사이트). 둘째, 수출 금액에 있어 처음으로 9위권에 들어서란 예측(톰슨 데이터스트림).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제위기로 세계 교역량이 30% 정도 줄어든 상황에서 우리는 마이너스 20% 남짓한 수준으로 막았다는 것, 우리 기업들이 이런 유형의 불황에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었다는 것, 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의미 부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환율이다. 이건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는 외부의 눈,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판단의 결과겠지만 그 효과가 다행스레 선방향으로 흘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는 금리 문제다. 최근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이 보는 적정 시장금리가 4%대인 것으로 나왔다. 이 또한 우리 경제에서 비정상임을 잊어선 안 된다. 언제 우리가 정책금리도 아니고, 시장금리로 4%를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누차 환율·금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잖은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상수(常數)로 착각하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환율이든 금리든 지금이 비정상이고, 정상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없이 진정한 경쟁력을 말할 수는 없다는 게 상수다.
박태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