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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있다] 4. 남대문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국 경제의 새벽을 여는 남대문 시장을 너희는 얼마나 아느냐' 서울 남대문 시장 상인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남대문은 단지 5백85년 된 국내 최대.최고의 재래시장으로 '시전 (市廛) 거리' 이미지가 고작이라는 얘기다.

주부들이 시장 내 노점상과 흥정하면서 채소.생선값을 10원, 1백원씩 깎는 곳…. 따라서 남대문은 오늘을 사는 서민의 모습이 시장 곳곳에 가장 잘 배어 있는 곳쯤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나 좀더 들여다 보면 이곳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힘의 원천지임을 금새 알 수 있다. 남대문시장의 역사적 뿌리는 의류. 이 시장은 시대 변천에 따라 삼베.비단→미군군복→나이론→합성의류→숙녀정장→아동복으로 주력 취급품목이 바뀌었지만 의류라는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남대문의 아동복은 국내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유명한 마마.부르뎅.포키.크레용.원아동복 브랜드는 이곳의 전문상가 이름이기도 하다.

원아동복상가의 심재홍사장은 "신상품 중심의 고급 아동의류는 국내 시장에다 팔고 구형 디자인이나 재고상품 등은 대만.홍콩 등에 떨이상품 방식으로 넘긴다" 고 말했다.

특히 남대문은 부산.목포.대구.대전을 비롯 제주도까지 지방의 도매상인이 매일 찾아와 물건을 떼 가는 한국의 대표시장. 이곳의 1만여 개 점포매출을 굳이 따진다면 하루 평균 수백억원 규모. 시장거래 상품 가운데는 도매가 70%, 소매가 30%로 그만큼 전국 규모의 거상 (巨商) 들이 포진하고 있어 거래단위도 굵직굵직하다.

남대문의 거상은 의류부문에만 있는게 아니다. 남대문은 이제 '액세서리 메카' 로서 세계 최대의 집단상가로 명성을 얻었다.

한때 이태리.프랑스 등 해외 유행상품을 불법 (不法) 복제하는 암시장 (暗市場) 으로 낙인 찍혔던 남대문 액세서리 집단점포. 그러나 이제는 되레 세계 액세서리 시장의 최첨단 유행을 선도하면서 '달러박스' 로 급부상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밖에 남대문에서 파는 토산품.인테리어용품.수입품.자기그릇 등은 국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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