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쿠르드족 유혈시위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터키 정부가 궁지에 빠졌다.

쿠르드족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 (50)에 대한 사형선고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 등에서 즉각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섰고, 터키.독일 등지의 쿠르드족 유혈시위로 12명이 사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 보안법원이 지난달 29일 오잘란에 대해 반역.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한 직후 그가 수감돼 있는 임랄리섬 주변과 쿠르드족 밀집지역인 터키 남동부에서는 쿠르드족의 항의시위가 발생했다.

이어 30일에는 디야르바키르주에서는 판결 이후 처음으로 로켓포로 무장한 쿠르드족과 터키 경찰과의 충돌로 12명의 쿠르드족 반군이 사망했다.

독일의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 등지의 터키 문화원과 터키인 상점에는 쿠르드인들이 던진 화염병에 피해를 보는 등 소요가 발생했다.

쿠르드족 보복테러를 우려한 유럽 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도 터키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오잘란을 체포할 때도 쿠르드족의 격렬한 유혈시위로 곤욕을 치른 프랑스.독일.노르웨이 등이 오잘란의 사형 집행을 반대하고 나선 것. 유럽연합 (EU) 의장국인 독일은 "오잘란을 사형에 처할 경우 터키의 회원가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대변인도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함께 오잘란을 포함한 모든 사형수들이 종신형으로 감형되도록 터키 당국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

오잘란을 '국제적 테러리스트' 로 규정해온 미국조차 재판이 '합법적' 으로 진행됐다고만 밝혔을 뿐 판결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않고 있다.

오잘란 체포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30일 쿠르드족의 공격에 대비, 터키 이스탄불과 아다나 주재 영사관 두 곳을 잠정 폐쇄하는 등 해외공관들에 대해 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오잘란에 대한 사형 판결이 "공정한 재판을 촉구한 국제 기준을 위반했다" 며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라고 터키 당국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세르메트 아타칸리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오잘란에 대한 외국의 간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터키는 오잘란에 대한 재판 초반에도 외국의 비판을 수용, 보안법원의 판사를 군 출신에서 민간인으로 교체한 바 있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