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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바란다] '추측보도는 독자에게 혼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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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자위원회 4차 회의]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6월 회의가 지난달 29일 오후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장인 신구식 (申坵植) 무역협회 차장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5명의 독자위원들은 '고급 옷 로비사건' '서해 교전' 등 지난 한달간의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본지의 보도내용과 편집방향을 놓고 진솔한 의견을 제시했다.

본사에서는 문병호 (文炳晧) 편집국장 대우. 정춘수 (鄭春樹) 심의실장.이수근 (李秀根) 논설위원. 김교준 (金敎俊) 정치부 차장. 곽재원 (郭在源) 산업부 차장.이만훈 (李晩薰) 사회부 차장. 허의도 (許義道) 문화부 차장이 참석, 독자위원들의 비판과 제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독자위원 중 회의에 불참한 김창남 (金昌南) 성공회대 교수는 E메일로 의견을 보내왔다.

▶신구식 무역협회 차장 = 6월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고급 옷 로비사건' '서해 교전' '다이옥신 파동' 등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제시해 달라.

▶조정하 (曺정夏)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 서해 교전 관련기사를 다루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보도가 흥미 위주로 흘러 마치 스포츠 게임을 중계하는 식이었다.

이같은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 등에 관한 심층분석 기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제목들도 '포탄 우박' '귀 찢는 포성' 식으로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국방부가 제공한 관련사진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취재기자들의 현장접근이 불가능해서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보가 돼버렸다.

옷 로비사건은 서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일이었지만 주간지류의 추측성 보도가 많아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본다.

당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라는 빅 뉴스가 있었음에도 옷사건에 너무 비중을 두어 균형감각을 상실했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보도태도는 IMF 관리체제 이후 상실감이 큰 다수 서민에게 계층간 위화감을 더욱 깊게 한 게 아닌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남녀차별금지법 같은 사회적 이슈를 보도하는 데는 인색했다.

'데스크의 눈' 이나 사설 등에서 친 (親) 재벌적 시각이 두드러지는 것도 문제다.

金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이은 재벌개혁 가속화 발표를 '국면전환용' 으로 폄하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중앙일보가 삼성과의 분리 이후에도 그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신 = 옷 로비사건 보도에 대해 같은 생각이다.

특히 기획물인 '사모님 사모님' 시리즈는 흥미 본위로 흐른 데다 상류층에 대한 서민의 반발심을 유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건의 본질이라 할 부정부패의 차단 등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오양호 (吳亮鎬) 변호사 = 6월엔 유난히 검찰과 관련된 일이 많았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었던 검찰인사를 앞두고 신문마다 추측보도가 난무해 독자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주었다.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의 억류사건과 관련해 중앙일보가 사설 등을 통해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또 국정조사권 발동에는 지지 입장을, 특검제 도입엔 부정적인 견해를 뚜렷이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경제기사 중 외자유치 관련보도는 해당 회사의 발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실제로는 도입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 쓸 필요가 있다.

▶정승혜 (鄭承慧) 주부 = 고급 옷 사건은 주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상류층을 너무 몰아붙여 결과적으로는 위화감을 조장했다고 본다.

대형 기획물 '시장은 살아있다' 에 대해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특정 회사의 제품명까지 밝히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불법유통되는 상품권의 활용까지 '생활의 지혜' 란 식으로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옥신 파동은 주부 입장에서 볼 때 예삿일이 아닌데 근원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며칠만에 지면에서 모습을 감춰 아쉬웠다.

민영미씨 관련 보도에서는 가족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부각시켰다.

문화면의 요리나 건축관련 기사는 내용뿐 아니라 사진이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소재인데 컬러사진을 쓰지 않아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또 연예관련 기사는 사진이 지나치게 커 거부감을 준다.

▶김창남 교수 = 고급 옷 사건은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별다른 여과나 분석 없이 보도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민의 분노와 열패감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고위층이나 상류층의 도덕성과 소비행태.로비관행 등에 대한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접근과 비판이 아쉬웠다.

서해 교전과 맞물린 햇볕정책에 대해 중앙일보는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본다.

그러나 1면 만화세상과 사회면 만화에서 자주 드러나는 냉전적 사고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검제 논란에서는 여야의 주장과 갈등을 좇기에 바빴을 뿐 중앙의 일관된 입장과 논리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것 같다.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해줬더라면 좋았겠다.

또 검찰의 위상이 실추되는 사건이 잇따랐는데도 검찰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기획이 보이지 않았다.

▶신 = 세계무역기구 (WTO) 관련 기획기사는 다른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좋은 기사였다.

하지만 '관세인하를 통해 수입규제를 한다' 거나 'GATT는 관세인하 요구나 반덤핑 규제를 하지 않았다' 는 등 내용에 오류가 있었던 점이 옥에 티였다.

▶이정균 (李貞均) 일산 성신초등학교 교사 = 다이옥신 파동은 국민의 불안감만 불러일으키고 슬그머니 사라졌다.

범국민적인 관심사이므로 중앙일보가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해주길 바란다.

7월부터 전교조가 합법화된다.

교직사회는 물론 학부모들도 관심이 많은 문제이므로 중앙일보가 이를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한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이 중앙일보 미디어홀 견학을 통해 언론기관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달라.

▶중앙일보 = 중앙일보의 편집방향은 친재벌이 아닌 '친기업' 이다.

서해 교전사건은 취재기자의 현장접근이 불가능해 국방부 발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고급 옷 사건과 관련된 기획물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시장은 살아있다' 시리즈는 재래시장을 살려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브랜드는 물론 연락처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실질적인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다.

스포츠 섹션의 사진을 크게 편집하는 것은 섹션별 차별화 정책의 일환이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독자 의견을 수렴, 지면제작에 반영하겠다

정리 =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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