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차 새 노조, 노동운동의 변화 선도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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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강성 노동운동의 대명사인 현대자동차 노조에 온건파 위원장이 탄생했다. 창설 이후 파업하지 않은 해가 드물 만큼 투쟁에 몰두해온 이 회사 노조가 온건파 지도부를 택한 것은 올 들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20여 노조들처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활동이 시대착오적 정치투쟁으로 변질되는 데 대한 우려와 반성에서 본연의 조합원 권익보호활동으로 복귀하려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투쟁을 파는 일은 조합원 기만”이라는 이경훈 위원장 당선자의 일성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차의 새 노조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노동운동을 이끄는 변화의 선도자가 되길 바란다.

현대차 노조의 변신이 노사화합을 통한 장기성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노사가 힘을 합치면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세계 수준의 기술력에 노사화합의 힘이 보태지면 그 위력은 가공할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저변에도 50년 무파업의 노사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성장의 과실을 노사가 공유했음은 물론이다.

여태껏 현대차 노사관계는 노조가 생산현장을 볼모로 사측에 요구하는 일방적 행태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회사가 노조를 피해 지구촌 생산 포트폴리오를 새로 짰겠는가. 물론 투명경영과 공정분배를 요구·감시하는 건 노조의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새 노조가 바라는 게 조합원들의 실익 증대라면 생산성을 높여 파이를 키우는 게 먼저다. 이를 위해 노조가 경영과 인사까지 간섭하는 비정상적인 단체협약과 노사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또 상급단체의 무리한 지침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온건파가 집행부를 이뤘지만 현대차는 아직 산하단체들에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민주노총에 속해 있다. 새 집행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급단체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는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모두가 죽기 살기의 힘겨운 싸움에 돌입했다. 현대차가 강성노조로 몰락한 포드와 크라이슬러의 전철을 밟느냐, 제2의 도요타가 되느냐는 노조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