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업들 상반기 '흑자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 상반기 기업들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매출.이익 목표를 상향조정하는가 하면, 설비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이 월급을 많이 올려달라고 할까봐 좋아진 실적을 '쉬쉬' 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실적이 좋아진 것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한자리 대에 머물면서 금융비용이 줄어든데다 내수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인력감축.차입금 상환.자산매각 등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의 구조조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적이 좋아지자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업 구조조정 노력이 느슨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구조가 아직 취약한데다 원화의 평가절상 등 적지 않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순원 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은 "기업실적이 좋아져야 구조조정도 더 강력히 추진하고, 재무구조도 개선할 여력이 생긴다" 고 반박했다.

◇ 자동차 = 내수회복과 수출호조의 겹경사.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매출이 5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5% 증가할 전망이다. 연말까지는 1백25만대를 팔아 12조7천9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 상반기에만 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자동차도 상반기 매출이 약 15% 늘어난 3조3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까지는 1백30만대, 6조4천억원의 매출을 자신하고 있다. 순이익도 상반기에만 1백억원 안팎이 될 전망.

기아자동차는 상반기 중 33% 늘어난 34만대를 팔아 3조6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8조6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소폭이나마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자 = 반도체와 액정화면 (LCD) 등의 수출호조로 이익이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순이익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도 20조원에서 22조여원으로 늘려잡았다.

LG전자는 LCD사업 매각 등으로 특별이익이 클 전망이며, 올 매출목표도 8조6천억원에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철강 = 맏형격인 포항제철은 올 5월까지 4천8백74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상반기까지 6천억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포철은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 (1조1천2백29억원)에 이어 올해 그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절감의 효과가 나타나는데다 내수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특수강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조정이 성공한 경우. 창원특수강은 올 5월까지 95억원의 흑자를 냈다. 기아특수강도 상반기 2천억원, 연말까지는 4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두배에 가까운 수준. 올해 흑자 전환도 가능할 전망이다.

◇ 조선 = 수주 호황과 환차익에 힘입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9백33억원) 보다 두배 이상 많은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중공업도 사상 최대 규모인 1천억원의 순이익을,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백억원 증가한 7백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할 전망이다.

◇ 섬유 = 금융비용 감소와 수출증가, 원사 가격 회복으로 불황을 탈출하고 있다. 코오롱은 올 5월까지 매출이 4천8백억원에 달했으며, 올해말까지 1조2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경상이익은 지난해 (2백36억원) 의 두배인 4백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효성은 페트병.스펀덱스 등 신기술 제품이 잘팔리면서 상반기 매출이 1조5천억원 이상, 연말까지는 지난해의 두배인 3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올해 순이익도 당초 목표의 두배인 2천억원을 넘으면서 3년만에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 유통 = 경기회복은 곧바로 소비증가로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도 고비를 넘겼다. 9월결산법인인 진로는 지난 3월 반기결산때 매출이 지난해보다 8% 늘어난 3천6백46억원, 영업이익은 22% 증가한 4백54억원에 달했다.

두산도 4월까지 그린소주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5백30만상자 (30개들이) 나 팔았다. 하이트맥주는 올 상반기 매출이 4% 늘고, 경상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배가량 증가한 6백억~7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도 매출이 늘어 현대는 상반기에 60%, 롯데는 40%선의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또 신세계 (백화점부문) 의 상반기 경상이익은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약 88억원으로 추정된다.

고현곤.차진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