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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 옛지도 대량발견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대량 발굴된 동아시아 관련 서양지도 (본지 6월 26일자 보도) 들은 간도 등 만주지역의 국경과 관련, 명확한 국내외 지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학계의 북방영토 연구에 새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권위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중앙도서관에서 발견된 것도 그렇지만, 이번에 발굴된 37점 모두가 당시 한국의 북방경계선에 대한 서구의 시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어 주목된다.

1780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지도의 경우 프랑스의 저명한 지리학자 당빌 (D'ANVILLE) 의 지도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당빌은 근대지도의 창시자인 기욤 드릴에 이은 프랑스의 저명한 지리학자로 그가 만든 '신중국 지도첩' 안에 있는 한국 전도는 서양 지도로는 처음이며 가장 정확한 지도로 인정돼 이번 발굴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당빌의 지도는 청나라 강희제의 명을 받은 프랑스 예수회 소속 자르투 신부 등 선교사 3명이 중국과 조선국경의 측량 및 지도 작성에 나서 1716년에 만든 지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한국관계고서찾기운동본부 백성현 (白聖鉉) 운영위원은 "이들 신부는 지리학자들로 백두산 정계비가 세워지기 전인 1709년 조선 국경까지 접근해 실질적인 정밀 측량을 했으며 백두산에서 발견한 산삼을 프랑스에 소개하기도 했다" 고 밝혔다.

또 발굴 지도 가운데 프랑스의 역사학자 클라포르트가 1826년에 만든 아시아 지도는 동양학에 정통한 학자가 만든 역사지도로 여기에도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 만주땅 일부가 우리 영토로 표기돼 있다.

1941년 영국의 군사전략지도로 당시 국제 상황을 한눈에 담은 '극동.태평양 지도' 와 같은 해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지도에도 각각 간도 전체와 일부가 우리나라 영토로 돼 있어 이들의 한국 북방영토에 대한 당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 숙종 때인 1712년 백두산 정계비가 세워지며 조선과 청나라의 국경은 서쪽은 압록강, 동쪽은 토문강 (土門江) 으로 돼 있으나 토문강 위치를 놓고 한.중간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들 지도는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고 있다.

더욱이 1909년 청.일간에 체결된 이른바 '간도협약' 이후 정당성 논란을 빚어온 국경선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경전문가 양태진 (梁泰鎭) 씨는 "위법인 영토협약에 대해 이의제기가 없으면 묵인되는 국제상황에서 이들 지도는 정부.기관차원의 이의제기 필요성을 일깨워 준 것" 이라며 "북방에서 휴전선이남으로 줄곧 위축돼온 국민의 영토의식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동해 관련 서양 고지도의 대량 발굴 또한 동아시아에 대한 지리 인식이 정확해진 18세기 서구에서 동해를 한국해 (Sea of Korea) 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학계에선 동해 표기와 관련,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며 한.일 양국의 세계고지도 연구 수준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우리의 연구성과는 미미하고 전문가.연구가들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 규장각의 경우 한반도 고지도는 수천 점에 이르지만 유럽 등에서 제작된 세계고지도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 투자도 보잘것 없어 올해 정부기록보존소의 한국관련 해외 고지도 발굴예산은 3천만원에 불과하다.

김기평.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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