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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trend] 샤넬 검은 상자엔 세련미, 티파니 하늘색엔 행복 담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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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얼마 전 개봉한 만화영화 ‘도쿄마블 초콜릿’은 소심한 남녀 주인공의 사랑 고백을 그리고 있다. 서로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자꾸만 엇갈리는 두 사람. 하지만 결국 이들은 풍선을 타고 올라가 도쿄타워에 걸린 작은 선물상자 덕분에 서로의 수줍은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상자 안에 뭐가 들었는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관객은 그 상자가 ‘에르메스가 아닐까’ 짐작한다. 아무 글씨도 없고, 단지 오렌지 빛의 상자였기 때문에 하게 된 상상이다.

가죽색 표현한 오렌지색 에르메스

‘에르메스’의 상자들은 선명한 오렌지 빛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자 개발 담당자가 천연 가죽과 가장 흡사한 색을 찾아다니다 발견한 것이다. 지금도 에르메스는 고급 소재의 가죽 제품으로 유명하다. 빨강과 노랑 사이에 있는 오렌지색은 빨강의 흥분과 열정, 노랑의 따뜻한 이미지를 함께 담고 있다. 이런 빛깔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고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에르메스는 여기에 짙은 갈색 리본을 묶는다. 이 리본에는 크림 색상으로 브랜드의 로고 및 해당연도의 테마·심벌이 찍힌다. 예를 들어 1993년 ‘말의 해’에는 말, 95년 ‘길의 해’에는 달팽이, 2000년 ‘신세기로의 첫걸음’에는 꼬마가 목마를 끌고 가는 그림이 찍혔다.

샛노란 펜디 상자엔 경쾌함이

‘펜디’를 상징하는 컬러는 눈부신 태양처럼 샛노란 색이다. 1925년 로마에서 모피와 가죽 제품으로 시작해 여성복과 액세서리 라인까지 갖추게 된 펜디가 85년에 처음으로 향수를 선보이면서 인연을 맺게 된 색이다. 당시 영국의 해러즈백화점에서 첫선을 보였고 백화점 측은 건물 외부에 여러 개의 깃발을 달아 향수 신제품 소식을 광고했다. 이때 펜디 로고가 새겨진 깃발 색이 노란색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후 펜디는 브랜드 컬러를 노란색으로 정한다.

명도가 높은 노란색은 일단 눈에 잘 띈다. 그리고 태양처럼 풍부하고 경쾌한 느낌이다. 이 덕분에 노란색 포장은 밝고 행복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다만, 노랑색은 잘 어울리는 배색을 찾기가 어렵다. 펜디는 노란 상자에 회색으로 로고를 적어 놓았다.

결혼 시즌이 다가오면서 여자들이 가장 선물받고 싶은 상자는 아마도 하얀 리본을 묶은 하늘색 상자일 것이다. 보석브랜드 ‘티파니’의 고유 컬러인 이 하늘색은 너무나 유명해 ‘티파니 블루’라고도 불린다. 파랑 계열은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특히 하늘색은 행복과 신뢰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 유래는 19세기에 가장 유행했던 터키석에서 찾을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였던 당시에는 신부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사랑과 순결의 상징인 비둘기를 터키석으로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유행했다고 한다. 티파니의 창시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는 이 이야기에 착안, 하늘색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페라가모’와 ‘까르띠에’는 강렬하고 화사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빨강을 고유 컬러로 하고 있다. ‘열정’을 상징하는 빨강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힘이 있다. 투우사들이 빨간 천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빨간색은 식욕을 돋우는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페라가모 역시 빨간색을 브랜드의 상징 컬러로 정한 이유를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완벽함을 추구했던 브랜드 설립자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열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페라가모는 이 빨간 상자에 흰색으로 로고를 새겼다. 까르띠에의 빨강은 페라가모보다 어둡다. 본능과 권력을 상징하는 빨강 중 선명한 빨간색은 화려한 느낌을, 어두운 빨강은 강하면서도 우아하고 점잖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블랙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색이다. 화이트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색 모두 완벽하게 아름답다.”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말처럼 ‘샤넬’은 검정과 흰색을 상징 컬러로 사용하고 있다. 고급스러움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컬러로 이 두 가지 색을 꼽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26년 샤넬이 ‘리틀 블랙 드레스’를 선보인 이후 모든 여성들은 특별한 날 자신을 가장 세련되게 표현하기 위해 검정 옷을 선택해왔다. 선물을 할 때도 검정과 흰색이 조합된 포장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절제된 아름다움’아르마니의 블랙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는 포장으로 유광의 검정 상자에 흰색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의 서정성을 모태로 한 ‘돌체 앤 가바나’ 역시 모든 패션과 포장에 검정과 흰색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시칠리 사람들의 검은 눈썹, 구릿빛 피부를 상징하는 것이다. ‘디올’은 반대로 흰색 상자에 회색 로고를 사용한다. 도발적인 섹시함을 보여주는 브랜드지만 역시 고급스러운 감각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갈색은 자연을 상징한다. 흙과 나무, 잘 익은 밀과 벼…길 위에서 생동하는 자연을 경험하는 여행자가 떠오른다. ‘여행’을 컨셉트로 하는 ‘루이뷔통’이 갈색을 브랜드 컬러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급 가죽 소재로 지금의 명성을 확립한 브랜드이니만큼 ‘잘 말린 가죽이 띠고 있는 따뜻한 갈색’이라는 점도 선택의 이유다. 모든 것을 보듬어 안고 있는 대지의 색상인 갈색은 받는 이에게 풍성한 마음을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 특별히 무늬가 있는 포장을 선택한다면 ‘에트로’의 페이즐리 무늬를 추천한다. 다채롭고 섬세한 곡선 무늬인 페이즐리는 화려하면서도 튀지 않아 점잖고 우아한 느낌을 전달하기에 좋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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