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뮤직타워'…팝 음악사 정리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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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국내 공중파TV 유일의 팝음악 전문 프로인 KBS2 '뮤직타워' (연출 허주영) . 일요일 밤 12시라는 사각 시간대에 편성돼 시청률은 낮지만 고정 시청자의 반응은 뜨겁다. 팝을 즐겨듣던 30대의 전폭적 지지 때문.

손미나 아나운서와 팝 칼럼니스트 박은석이 공동진행하는 '뮤직타워' 가 자랑하는 코너는 팝 음악사를 연도별로 정리하는 '밀레니엄 팝스'. 1년 단위로 그 해에 발표된 팝음악 중에서 음악사에 길이 남을 10곡을 선정하고 그 중 3곡을 뮤직비디오로 들려준다.

98년을 시작으로 20일 현재 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로큰롤의 선구자 척 베리가 활동한 55년까지 살필 계획. 사이버 스튜디오를 이용해 10곡의 차트를 발표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빌보드 연말 결산 차트와 미국 그레미.영국 브릿어워드 등 수상실적, 그리고 한국내 인기까지 선정기준으로 반영한다.

물론 단순히 순위 정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선정곡에 대한 문화사적 해석을 통해 이해의 수준을 높인다. 예컨대 93년의 노래로 선정된 라디오 헤드의 '크립' .이 노래를 빌어 당시 영국 고실업률로 인한 젊은이의 절망과 패배주의적 정서가 영국 팝에 미친 영향을 알려주는 식이다.

사실 '뮤직타워' 는 KBS위성으로 먼저 출발했었다. 매주 수백건씩 PC통신에 글을 올리는 매니어층의 성원으로 이번 봄 개편 때 공중파로 '입성' 했다. 또 영문 가사도 함께 제공되는 뮤직비디오는 거제고.동해중 등 일부학교와 영어학원에서 학습 교재로 사용한다고 제작진들은 설명한다.

"10대 조카는 가요순위 프로를 보고 어머니는 '가요무대' 를 보지만 나는 이제서야 '뮤직타워' 를 만나게 됐다" 는 글을 PC통신에 올린 30대 시청자. 하지만 담당PD는 걱정이다. 팝에 대한 '홀대' 와 뮤직 '타워' 답지 않은 낮은 시청률로 60년대도 정리하기 전에 프로가 막을 내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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