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뇌물혐의로 조사받자 부장검사가 수사계장 멱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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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검찰간부가 부하에 대한 수사에 불만을 품고 다른 부서 수사계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긴급체포하겠다고 위협하며 폭언.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지검에 따르면 李모 부장검사는 지난 2월 서울 모 구청에서 파견돼 자신의 부서에서 수사요원으로 근무중이던 崔모 (40.7급) 씨가 컴퓨터 게임기 제조업자들로부터 7백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수사대상에 오르자 수사를 담당한 특수1부 金모 부부장검사실에 근무중이던 尹모 계장과 高모 경장 (서울경찰청 파견 경찰관) 을 불러 폭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李부장은 특히 尹계장에게 "네가 뭔데 부장인 내 뒤를 캐느냐. 나는 긴급체포 권한이 있다. 너를 긴급체포하겠다" 고 고함지르며 부속실 직원에게 수갑을 가져오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李부장은 尹계장의 멱살을 잡고 몇차례 흔들었으나 실제로 수갑을 채우지는 않았다.

尹계장은 이같은 사실을 즉시 특수1부에 보고했으며 이후 金모 부부장검사는 여러차례 李부장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부장이 尹계장에게 폭언.폭행한 것은 검찰이 崔모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알려진 安모씨를 소환, 기초조사를 막 끝냈을 무렵이었다.

尹계장은 이와 관련, "일절 할말이 없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지검의 한 관계자는 "당시 尹계장으로부터 상황을 전해듣고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문제의 근원이 된 崔모씨를 즉각 구청으로 복귀시킬 것을 건의했다" 며 "이 사건으로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고 말했다.

한편 崔모씨의 수뢰 장면을 목격했던 鄭모씨는 "지난 5월 崔씨가 다른 사람을 통해 '내가 문제가 되게 생겼으니 鄭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도록 얘기해 달라' 는 부탁을 해 왔다" 고 주장했다.

김상우.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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