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진출 좌절 원인은 유리벽 수비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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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탈락의 원인은 무엇보다 수비조직력 불안에 있었다.

아시아 최종예선 6경기에서 물샐틈 없는 방어막을 형성해 무실점으로 틀어막고맏형 유상철(요코하마)이 와일드카드로 가세한 뒤 더욱 견고해 졌다는 평가를 얻었던 수비라인은 막상 뚜껑이 열리자 하염없이 흔들렸다.

그리스와의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김치곤(서울)이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몰린 뒤 2골을 내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수비라인은 말리전에서도 집중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3골을 내리 잃었으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대의 공격루트를 헛짚은 바람에 위기에서 번번이 뚫리는가 하면 골문으로 쇄도하는 공격수를 밀착 마크하지 못해 노마크 찬스를 내줬던 것.

그렇다고 공격라인의 문제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재진(시미즈)이 최전방 공략을 담당했던 공격라인은 6골을 합작,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았으나 그토록 갈고 닦았던 허리에서의 한박자 빠른 패스에 이은 양 측면 돌파는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았다.

또 허리 등 위험 지역에서의 패스 미스로 역습을 자초해 수비라인의 부담을 가중시킨 장면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공수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4강 좌절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파라과이 선수들의 기량이 좋았다. 올림픽도 만만한 수준의 대회가 아니다. 아무래도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며 아직 부족함을 인정했다.

김 감독도 올림픽호의 아테네 도전을 정리하면서 "역시 세계의 벽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선수들의 국제경기 경험이나 개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얻은 성과 또한 적지 않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축구의 주축이 될 '젊은 피'들이 큰 무대에서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한 것과 '한국판 골든제네레이션(황금세대)'의 도래를 알린 것은 수확이다.

따라서 오늘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발판삼아 각자 자기계발에 매진하다면 김호곤호의 황금세대가 이끌 한국축구의 미래는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카를로스 하라 파라과이 감독은 "매우 어려운 경기였다. 리드를 잡고도 후반 수비에서 문제를 보였다. 앞으로는 이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고 그것을 이루게 돼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우리 선수들은 그동안 공수에서 모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잘해 온 모든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한국은 매우 좋은 팀이었다. 별다른 약점을 지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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