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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상 건립운동' 논란 가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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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단군은 신인가, 인간인가. 해서 단군을 섬기는 것은 신앙의 대상으로서인가, 우리 나라를 연 국조 (國祖) 로서인가.

최근 일고 있는 단군상 건립운동에 개신교계가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하며 저지운동을 벌이고 있어 종교계는 물론 학계에까지 '단군논쟁' 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한문화운동연합 (대표 이승헌) 은 홍익인간의 단군사상으로 민족화합을 이루고 두루두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며 지난 3월부터 '통일기원 국조 단군상' 을 건립해 오고 있다.

우선 올해 3백60기를 전국 초.중.고등학교및 공공건물에 건립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3백여기를 세웠다. 내년에는 3천6백기를 세울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기독교윤리실천운동.한국복음주의협의회 등 1백여 개신교계 지도자들은 14일 서울 송파제일교회에서 모임을 갖고 "소위 민족정신의 회복, 효정신 회복, 조국통일 기원이라는 명목하에 단군을 국조로 적극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공공시설내에 단군상을 설치하고 있음은 개탄할 일이 아닐수 없다" 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크게 두가지 이유로 단군상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첫째, 역사적 사실로 정립되지않아 학자들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신화적 인물을 민족전체의 국조내지 신앙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는다.

둘째, 일개 종파의 종교시설물을 마치 국교인 양 공공 시설내에 설립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국교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실상을 철저히 조사해 이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 을 촉구한 이날 모임은 앞으로 지역교회와 기독교계, 시민단체가 연대해 단군상 건립저지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한편 경기도 파주시 관내 2백여교회는 20일 오후3시 단군상철폐를 위한 연합예배를 갖고 단군상이 철폐될 때 까지 계속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개신교계의 움직임에 대해 한문화운동연합은 "식민사관에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자는 것이지 결코 신앙차원은 아니다" 고 반박한다.

장영옥 한문화운동연합 대외협력국장은 "일제에 의해 신화로 격하된 단군을 역사적 인물로 다시 세우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제세이화 (弘益人間濟世利化)' 정신을 가르치자는 의도로 10만여 회원들의 순수 성금으로 단군상 건립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고 밝혔다.

한문화운동연합은 단군시대의 선 (禪) 사상의 맥을 잇고 현대화하고 있다는 수행단체 단학선원을 모태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1998년 발족한 단체다.

단군상 건립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결국 다시 학계로 이어져 '단군은 신화냐, 역사냐' 는 논쟁을 부를것 같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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