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연금 운영실태] 주가 떨어져도 규정묶여 안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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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감사원의 4대 공적 연금 기금운용 실태 감사결과는 연금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보장 차원에서 도입된 연금제도가 기금을 운용하는 공단엔 '주인없는 돈' 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미래를 위해 연금을 적립한 가입자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 손해만 보는 주식 투자 = 감사결과 97년 1년간 공무원연금의 주식투자 손실액은 3천6백45억원. 감사원은 "공적 연금의 경우 대부분 자체 주식투자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고 지적했다.

회계 규정도 주먹구구식이다.

예를 들어 주가 하락 때 주식을 팔면 손실로 계상되지만 계속 보유하면 손실로 계상되지 않는 희한한 회계규정 때문에 기금 운용자는 주식 가격이 하락해도 매도를 기피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주식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이런 구조적 이유도 작용했다는 것.

◇ 엉터리 수익사업 = 대형 할인점이 늘어 연금매장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단은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다.

93~97년 5년간 후생복지사업 수익률을 보면 사학연금관리공단은 - 0.33~0.2%,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1.4~2.6%.한 예로 사학연금공단의 오색 그린야드호텔은 93년 개관 이래 97년까지 객실 판매율이 31~51%였고 매출 이익보다 판매 관리비가 연평균 25억원씩이나 더 발생했다.

◇ 연금 공짜로 쓰는 정부 = 78년 7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연금기금 1백20억여원을 투자해 정부 과천청사 건립 부지 52만㎡를 조성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중 13만㎡를 지금까지 무상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공시지가만도 9백14억원짜리 땅이다.

감사원은 이번에 행정자치부측에 사용료를 지급하든지 부지를 매입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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