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베키의 남아공] 경제난에 흑백.종족갈등 난제 첩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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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좀 더 나은 삶을 살려는 국민의 바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 "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대통령에 당선된 타보 음베키 당선자는 수락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선거 모토이기도 했던 이 말은 만델라 이후 남아공의 과제를 보여준다.

만델라가 이끈 지난 5년은 백인들의 인종차별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흑백화합의 첫발을 내디딘 기간으로 평가된다.

음베키가 이끌 향후 5년은 그 바탕위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 개혁의 시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 주문이다.

40%대의 실업, 국민 절반이 절대 빈곤층인 가난, 세계 최대의 범죄율 등 음베키 정권에는 당면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괴롭힐 문제는 뿌리깊은 흑백간.종족간 갈등. 만델라의 화합정치로 겉으로나마 봉합되긴 했지만 내재된 갈등이 터질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특히 과거청산 문제는 뇌관이나 다름없다.

과거의 짐에서 빨리 벗어나려 음베키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범죄와 백인에 대한 흑인의 범죄를 아우르는 '포괄적 사면' 을 주장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원칙없는 사면' 이란 비난에 직면해 있다.

만델라만큼 대중적 지지바탕이 없는 점도 음베키에게는 약점이다.

그는 화합의 상징인 만델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흑백간 경제격차 해소를 통해 인종화합을 도모하며 기타의 개혁과제에도 주력해야 한다.

결코 평탄치 않은 길이다.

그는 16일 공식 취임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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