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악재로 벨기에 여당 50년 장기집권 막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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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다이옥신 파동이 급기야 벨기에의 반세기 정권까지 무너뜨렸다.

벨기에의 중도좌파 집권 연정은 13일 총선에서 참패, 2차세계대전후 벨기에 정치를 주도해온 장기집권의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현재 70%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장뤼크 드하느 총리가 주도하는 기독사회당.사회당 등 4개 연정은 1백50석의 하원에서 의석 수가 기존 82석보다 16석정도 줄어든 66~67석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우파 정당인 네덜란드어권 자민당과 프랑스어권 자유당은 39석에서 44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환경보호를 내세우고 있는 프랑스어권 에콜로당과 네덜란드어권 아갈레브당 등 녹색당이 22석으로 기존 11석의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벨기에는 언어권별로 나뉜 11개 정당이 난립, 1개 정당의 단독정권 수립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 이에 따라 중도우파나 우파연정이 출범할 가능성이 커져 벨기에 정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도좌파 연정 참패의 결정적 원인은 선거를 불과 2주일여 앞두고 터진 다이옥신 식품오염 파동. 벨기에의 주요 산업인 농업에 최소 5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를 줘 집권 연정으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정당의 입김이 강해짐에 따라 사회보장 등을 중시하는 기존 중도좌파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네덜란드어계 극우 또는 우파 정당들의 강세로 지방정부에 대한 연방정부 권한이양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등 양대 언어권간 갈등도 더 심화될 전망이다.

총선 결과가 공식 발표되면 현 내각은 모두 사퇴하고, 국왕이 지명한 차기 총리후보가 정당간 연정협상을 벌여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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