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수출경쟁력 높이는 한국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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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드라마도 ME분리한다. ME는 음악 (music) 과 효과 (effect) 의 준말. ME분리란 드라마 배경.효과음악과 연기자 육성을 떼어 녹음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분리하는 까닭은? 드라마를 '제값' 받고 수출하기 위해서다.

TV외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외국 배우 연기에 우리 성우 목소리를 입힌다. 대사와 효과음이 별도로 녹음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영화도 대체로 분리녹음해 제작된다.

반면 드라마는 ME분리의 사각지대. 그 벽을 깨는 작업이 KBS 여름특집 '전설의 고향' 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방송될 12편에 대해 ME분리를 시도하는 것. 국내 시청자에겐 아무 상관없지만 장차 외국에 수출할 것을 생각해, 다시 말해 한 두 수 앞을 내다보고 도전한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드라마가 중국 등에 종종 수출됐지만 ME분리가 없어 정당한 값을 받지 못했다" 는 게 안영동 부주간의 설명. 대신 홍콩.중국 등의 전문회사들이 ME를 분리해 중간이익을 챙겼다는 것. '전설의 고향' 을 택한 것은 우리의 토속성이 짙어 수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프로제목.배우이름 등 한글자막이 없는 테이프 원본도 만들어 외국인이 자기들 언어로 재가공할 수 있게 한 '클린 픽처' (Clean Picture) 시스템도 국제 마케팅 전략의 산물. 방송 프로그램도 제대로 팔아야 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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