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금통위원이 추천제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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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곽상경 (郭相瓊) 금융통화위원의 사표제출 사실이 지난 3일 보도된 후 郭위원의 추천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는 후임자를 물색하는 게 아니라 언제 통보가 오느냐만 기다리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5일 "郭위원도 우리가 추천한 게 아니었고 이름만 빌려주었던 것" 이라며 "예전처럼 한은에서 알려오면 회장에게 보고할 뿐" 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작 후임을 알려준다는 한은 관계자들은 "금통위원이야 한은이 정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다" 며 누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지를 되묻기에 바빴다.

금통위는 신용통화정책의 최종 결정기구다. 결정내용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그래서 통화당국이라 불리는 한은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 외에 대한상의.은행연합회.증권업협회에서도 위원을 추천토록 돼있다. 그러나 郭위원의 사례는 그럴싸해뵈는 '틀' 이 실제는 '허울' 뿐임을 보여준다.

'이상한' 인사는 이에 앞서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벌어졌다. 정부는 차관인사에 맞춰 금감위 부위원장을 경질했다. 같은 차관급이고 임기직도 아니니까 바꾸는 거야 좋다 치자.

하지만 인사 시점에 윤원배 (尹源培) 전 부위원장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뉴욕에서 연설을 갖기로 하는 등 공식적인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쫓기듯 '팩스' 로 사표를 내야만 했다.

인사 뒤 이런저런 뒷소문이 나고 금감위 직원들이 "아무리 임명권자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이런 식으로는 개혁이 자리잡을 수 없다" 고 자조섞인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흔히들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라고 한다. 금통위와 금감위는 금융메커니즘의 양축을 이루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의 인사가 이렇게 '이상한'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표를 낸 郭위원은 사석에서 금통위의 몇개월간 안건 결정 리스트를 보여주며 "20여건 가운데 단 2건만 수정을 거쳤다" 고 말했다. 이래서 '인사가 만사' 라고들 하는걸까.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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