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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자들 "뭉쳐야 산다"절감 결속 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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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이 흔들리지 않는 내수 시장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다면 그야말로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소비자들은 게임 타이틀보다는 인터넷 게임방을 더 즐기고, 늘어나는 게임 잡지의 끼워팔기, 게임 타이틀 대여점의 확대 등 요즘 게임 시장의 상황은 게임 개발자의 목을 죄는 분위기죠. "

지난 3일 서울구의동 테크노마트에 모인 국내 게임개발사 대표 12명 가운데 1명인 이은조 밀레니엄소프트 대표는 자못 비감한 표정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맞대는 모임이지만, 이날은 특히 지난달 미국서 열린 세계최대의 게임쇼 'E3' 참가 후 처음 열리는 회의여서 분위기는 더욱 결연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10월 게임 개발과 관련해 해외의 신기술동향 등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모임의 이름을 'KGDA (한국게임개발자협회)' 라 정하고 월1회 모임을 가져왔다. 정보공유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에는 모임의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세 (勢) 과시보다는 내실을 강화한다는 입장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이 모임의 회원은 현재 15개 국내 게임사 대표들. 대개 30대 중반으로 국산 게임 개발을 주도하는 중추들이다.

최근 '소울 슬레이어스' 를 내놓은 그림엔터테인먼트의 양승원실장, 지난 4월 '밀리테이토' 로 우수게임상을 받은 멀티스페이스의 전민수 사장, 이달 중 대작 '드로이얀2' 를 내놓을 박지훈 KRG소프트사장, '강철제국' 의 이원술 손노리 사장 등 15명이 그들. 이날 모임에서 2개사 대표의 추가 가입이 추천됐다.

기술공유를 모토로, 8월에 출시할 네트워크 게임 '바벨의 후예' 는 밀레니엄소프트와 도리안 (대표 이찬경) 이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E3에 참가해서 보니 설비나 도우미 문제 등에서 우리의 자금력이 크게 달린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수는 없지 않습니까. 특히 요즘은 세계적으로 게임 타이틀 종류가 무척 적은 시기라고 합니다. 우리에겐 좋은 기회지요. 자본이야 적지만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잖아요. 기술 공유 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과의 접촉 등에서 각각의 경험과 노하우도 나누어야 합니다. " E3에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명백히 경쟁관계로 맺어져야 할 이들이 이처럼 한데 모일 수 있는 것은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보다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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