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이세돌-목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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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李2단, 끈질긴 항쟁도 보람없이 대패

제9보 (135~163) =백로 때려 숨을 연장시켰을 때 睦4단은 135에 두어 백의 실낱같은 노림을 차단해버린다. 백의 노림이란 135 자리에 나오는 수단과 '가' 로 젖혀 뒷수를 늘리는 수단 두가지를 말한다. 가능성이 희박해 아득한 노림이긴 해도 백으로선 섭섭하기 그지없다.

이세돌2단은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섰다. 기회를 엿보며 꾸준히 기다렸으나 어느덧 날은 저물고 판은 슬슬 끝나가려 한다.

136을 선수한 뒤 이를 악물고 138의 단패를 결행했다. 이 138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근 50여수 전부터 노심초사했으나 결국 제대로 된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칼을 뽑지 않으면 그나마 기회가 없을 것이다. 빚쟁이에 졸리며 막판까지 가느니 옥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39 때리자 140.이세돌은 패의 대가로 흑 8점을 달라고 한다. 睦4단은 물론 줄 생각이 없다. 146에 패를 썼을 때 睦4단은 드디어 147로 불청. 오랜 숙제가 드디어 해결됐다.

148 뚫어 李2단도 대마 체포에 나섰으나 이 싸움은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흑은 155, 157로 여유를 보이면서 161까지 간단하게 살아간 것이다.

'참고도' 백1, 3으로 어떻게든 끊을 수는 있다. 그러나 10의 붙임에 백은 후속수단이 없다.

이세돌은 대마를 놓친 뒤에도 235수까지 끈질긴 항전을 계속하다가 결국 대패를 인정하고 항복했다. 163수 이하는 총보로 미룬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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