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내실 다져 중·러·인도 진출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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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사진) 롯데그룹 회장의 서울 소공동 집무실에는 ‘去華就實(거화취실)’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신 회장의 기업 경영 정신을 잘 보여준다.

신 회장은 기업을 설립한 이래 철저한 내실 위주의 경영과 주력 업종에 대한 집중 투자라는 전략을 펼쳐왔다. 신규 사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만 추진해 왔다. 이러한 경영전략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은 올 2분기 매출과 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2분기 매출액은 2조906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 늘었다. 영업이익도 2241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9.3% 늘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우량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견실한 성장을 했던 기업이 롯데그룹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이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내실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식음료 등의 분야에서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베트남·러시아·인도·중국을 거점으로 투자의 폭을 넓히며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2007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1호점을 연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중국의 번화가인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 해외 2호점을 열었다. 톈진, 선양 등 주요 도시에 추가 출점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추가 출점 및 베트남, 인도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현지 대형마트인 마크로 19개 점포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단일 쇼핑센터로는 최대 규모인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열었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중심축인 유화부문도 확장세다. 지난 1월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에 이어 오는 12월 케이피케미칼까지 합병할 예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연 매출 7조6000억원, 자산 규모 5조원의 대형 석유화학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국내외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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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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