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어디로 가나] 힘실린 야당 당분간 옷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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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3 재선거는 정국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게 뻔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경색정국의 강화' 다.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여야의 내부 사정이 유화국면을 용납하기 어렵게 돼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서울 송파갑과 인천 계양 - 강화갑 모두에서 승리함으로써 일단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직접 후보 (송파) 로 나섰던 이회창 총재도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힘이 붙었다.

선거가 끝나면 목소리를 내겠다던 당내 비주류 중진들의 움직임도 당분간 주춤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고관 부인 옷 로비 의혹 사건' 에 공세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당이 장외집회와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 사퇴를 요구하면서 여권을 몰아붙일 경우 정국의 긴장상태는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야당의 이런 행보에 여권이 그냥 일방적 수세에 몰리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여권은 선거패배와 옷 사건의 충격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력한 대응카드를 뽑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이미 옷 사건을 둘러싼 야당의 정치공세와 이에 편승한 여권 내의 움직임, 언론의 보도태도 등에 상당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부적으론 국민회의 지도부 인책론이 대두될 수도 있다.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사정 (司正) 바람이 몰아칠 지도 모른다.

외부적으론 재벌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하려 할 것이며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구속 중) 리스트' 가 전격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 제2의 사정태풍이 몰아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 경우 야당은 강력 반발할 것이며 정국은 상호 상승작용 속에서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金대통령의 정국 및 국정운영과 여야 관계뿐 아니라 선거구제를 포함한 정치개혁협상과 각종 정치현안 등에 깊고도 넓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으로선 공동여당의 파괴력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던 수도권에서의 승리로 "내년 4월 16대 총선에선 한번 해볼 만하다" 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선거법협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한나라당 내의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잠재적 지지세력인 수도권출신 의원들과 중진들로서도 명분을 찾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개혁협상을 통해 야당의 내분을 기대하던 여당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 내 소선거구제 지지세력은 재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었고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여권 핵심부로선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어쨌든 재선거의 결과는 여권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적어도 대야 (對野) 관계를 대화로 풀어나갈 선택권은 거의 없어진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金대통령의 향후 수순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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