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민두기 교수의 제자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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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두기 교수의 제자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학문함에 있어서 한 치의 느슨함도 허락치 않는 것이 30여년 간 그가 제자들에게 한결같이 지켜온 원칙이다.

우선 대학원에 입학하면 지금까지 전공 분야의 연구성과들을 일단 섭렵해야 한다.

외국학계와 국내학계를 총망라해서 봐야 하는데 이 경우 봐야할 자료의 양도 양이지만 원문을 보는 게 원칙이어서 한문은 물론 일어.영어를 못하면 공부는 더 이상 할 수 없다.

閔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실증적인 훈련을 가한다.

학문에서 실증을 유난히 강조하는 그에게 사료 없이 주장을 한다거나 추측으로 논거를 제시했다가는 곤경에 처하고 만다.

또 무엇보다 기일을 지켜야 하는 문제에 단호하다.

평소 과제물의 시간 엄수는 물론 논문도 정해진 학기와 날짜 내에 완성하지 못하면 더 이상 그 문하에서 학위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스타일 때문에 실제로 적지않은 제자들이 중도 하차했다.

이들 중에는 아예 학문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학교에서 다시 학위를 받거나 외국 유학을 해야 했던 이들도 상당수 있다.

그 예로 지방대의 吳모 교수는 閔교수가 유난히 총애한 제자였지만 논문기일을 맞추지 못해 학위를 받지 못했고 車모 교수는 아예 대만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온 후 다시 閔교수와 친분이 더 두터워진 경우.

그러나 제자들 중 공부할 뜻만 있다면 형편이 어려운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장학금을 주선해주는가 하면 외국에서 세미나를 할 때면 제자들이 자유롭게 외국 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절대로 옆에 두지 않는 배려 등은 閔교수의 냉정함 뒤에 숨은 따뜻함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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