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국제입찰 또 급반전…네이버스-후고벤스 손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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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년여를 끌어온 한보철강 국제입찰이 새 국면을 맞아 급진전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해 온 미국계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최근 네덜란드의 최대 철강회사인 후고벤스사를 경영파트너로 선정, 6월 1일부터 2차 실사 (實査)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후고벤스의 기술진이 30일 입국했다.

인수 자금을 주로 댈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지난 2월 인수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뒤 제철소 운용 등 한보의 경영을 책임질 철강회사와 함께 실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인수단 구성을 위한 가계약 단계까지 가 있는 네이버스와 후고벤스 측은 이번 주부터 채권단과의 수의계약 협상도 함께 벌이게 된다.

이로써 한보 인수단은 ▶대주주 (미국 네이버스 캐피털과 서드 애비뉴 트러스트 및 한국의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 ▶경영진 (네덜란드 후고벤스) ▶투자자 (10여개 투자회사) 의 골격을 처음으로 모두 갖추게 됐다.

대주주들은 주 (主) 인수자로서 인수가격의 20~30%를 대고, 후고벤스는 인수가의 10%를 부담하면서 경영과 제철소 가동을 맡는다는 구도다. 나머지 인수가는 투자자들이 부담한다.

인수 가격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인수단은 우선 총 5억~6억달러를 초기에 투자할 방침이다.

네이버스는 한보를 인수한 후 완전히 새 회사로 만들어 경영을 정상화시켜 한국 증시에 상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증권거래법상 상장까지는 5~6년 이상 걸린다. 따라서 그 때까지는 투자자본을 빼가는 등의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네이버스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에 경영진 격으로 인수단에 참여한 후고벤스는 이미 지난해 한보의 당진제철소를 베네수엘라로 옮겨가기 위한 실사를 벌였던 경험이 있어 한보 사정에 밝다.

따라서 통상 두 세달 걸리는 인수 협상이 이번에는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후고벤스는 당진제철소 A지구 (철근.슬래브 등 생산) 를 먼저 가동시키고, 여기에서 이익이 나 여유가 생기는 대로 점차 B지구 (종합 제철소) 도 정상화시킨다는 복안이다.

네이버스가 한보의 경영전망 분석을 맡겼던 미국의 철강 업계 전문 분석기관인 브랫포드 리서치사는 이미 "세계 철강시장 구도가 변하지 않고 새 경영진이 한보를 맡는다면 2000년부터 한보는 흑자로 돌아설 것" 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편 미국의 철강회사 누코가 지난 주 단독으로 한보 실사를 벌였던 것에 대해 네이버스 측은 "누코는 초기 투자는 않고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겠다고 해 일단 협상이 중단됐다" 고 밝히고 그러나 "아직 재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고 덧붙였다.

◇ 후고벤스 그룹은 = 연산 6백만t 규모의 유럽 3위 철강회사. 자동차.조선은 물론 비행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등 고급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50억달러며 1억9천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번 한보 인수에 참여하기 위해 8천만달러를 이미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 한보 인수를 위해 뉴욕의 서드 애비뉴 트러스트가 주축이 돼 구성된 컨소시엄. 여기에는 미국 굴지의 석유시추회사인 네이버스 인더스트리의 투자금융회사인 네이버스 캐피털과 함께 한국계 자본으로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이 참여하고 있다.

뉴욕 = 신중돈 특파원,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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