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독서 고수] 은희경 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를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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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책 속의 주인공인 준은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담백한 청년으로 의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간소한 삶이 간편한 삶이라고 규정짓는 남자이다. 그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친구는 바로 ‘진’이다. 진과 그는 의대에서 ‘하품하는 쌍둥이’로 불리고 있다. 그의 친구인 진과 함께 ‘레인 캐슬’이라는 고시원으로 공부를 하러 가면서부터 그의 삶의 방식은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기묘한 체험을 통해 한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튀어 나오는 미확인 물체처럼 언제나 꿈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준에게 나타난다. 준은 끊임없이 그녀를 갈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들을 불확실한 꿈속에서 함께한다.

이 책은 꿈의 이야기다. 나는 반복해서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여자는 바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때론 악몽 같기도, 때론 환상 같기도 한 꿈을 닮았다. 주인공은 그녀를 보기 위해 잠을 자지만 막상 꿈에서 그녀를 만나면 도망친다. 달콤한 목소리와 육체에 취했다가도 어느새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도망치고 있는 자신을 보며 혼란스러워 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길 원하지만 때로는 현실 속에서 도망치길 원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여름의 끝자락을 살아가고, 가을을 살아간다. 비몽사몽간에 온갖 낙엽들을 흩어놓고 꿈처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가을을 기다린다. 달콤한 꿈같은 가을을 기다린다.

성혜진 (전도사·인천 부평구 십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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