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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서 철퇴맞는 교내 성희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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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美 '방치한 학교도 책임'

교내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악질적이고도 지속적인' 성희롱이 방치될 경우 학교당국이 피해학생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 대법원은 24일 조지아주의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같은 반 남학생에게서 성희롱당한 사례를 놓고 벌인 최종심리에서 5대4로 학교당국의 최종적인 감독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피해 여학생이 악질적이고도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학교측에 계속 호소했음에도 학교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대법관들은 어린이들의 경우 계획적 성희롱과 단순한 괴롭힘 사이에 선을 긋기가 쉽지 않다는 점, 학생들간 성희롱에 학교의 책임을 인정할 경우 소송이 급증해 공립학교의 재정악화가 우려된다는 점 등과 관련, 격론을 벌였으나 결국 학교측에 책임을 묻는 쪽으로 결론내렸다.

이번 판결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미국내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 대법원은 지난해 교직원이 학생에게 성희롱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교측에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법원으로 끌고간 오릴리어 데이비스는 자신의 딸 라숀다가 조지아주 포시스의 허버드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92~93년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5개월간 성적 학대를 받았다며 몬로 카운티 교육위원회와 교육공무원 2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라숀다의 짝이었던 문제의 남학생은 지속적으로 가슴과 둔부를 만지고, 음란한 몸짓을 해보이는 등 라숀다를 괴롭혔으나 학교당국은 라숀다의 호소를 묵살하고 자리를 바꿔달라는 요청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데이비스는 자신의 딸이 이로 인해 낙제를 하고,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며 50만달러 (약 6억원) 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 日 제자 성희롱한 교수에 사상최고액 판결

한편 일본에서도 같은 날 성희롱 대학교수에게 사상 최고액인 7백50만엔 (약 7천5백만원) 의 피해보상을 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센다이 (仙臺) 지방법원은 이날 전 (前) 도후쿠 (東北) 대학원생인 K씨가 이 대학 조교수 A씨 (45) 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교육상 지배.종속관계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있었다" 며 성폭력 행위를 인정,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토록 판결했다.

20대 여성인 K씨는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을 당시인 95년 4월부터 96년 2월까지 논문지도와 심사를 담당한 A교수가 자신의 가슴과 하반신을 만지면서 "성적 관계를 허락하지 않으면 논문을 지도하지 않겠다" 고 위협했다며 소송을 냈었다.

일본에서 성적 관계나 접촉이 있었던 사례 중 폭력적 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주로 가해자의 지위권한을 남용한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성폭력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도 지금까지는 3백만엔이 최고였다.

워싱턴.도쿄 = 김종수.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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