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2번 본 대학생 학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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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993년부터 한 회도 빠짐없이(93년엔 2회 실시)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른 괴짜 청년이 있다. 최근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수험 안내서 '수능 12번 치른 서울대생의 수능 뒤집기'(랜덤하우스 중앙)를 펴낸 박원우(34)씨 .

서울대 수의예과 휴학생(01학번)이자 인천에서 소규모 대입학원을 운영 중인 그는 "수험생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시도였다"면서 "토익.토플 학원 강사들이 시험에 자주 응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수능을 연례 행사로 치르고, 그 결과 여러 명문대에 합격한 전력을 가진 박씨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고울 수는 없다.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다른 수험생이 피해를 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학교별로 실시되는 논술.면접시험을 보려면 일단 대학에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합격 후 등록을 포기하거나 자퇴해 남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수능을 가장 많이 치른, 그것도 대부분 잘 치른 사람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뭔지 궁금했다. "수능 기출 문제를 많이 풀어보라"는 게 그의 대답이다.

"학원 강사나 참고서 저자들이 출제하는 모의고사와 대학 교수들이 출제하는 수능 사이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의고사 잘 보던 학생이 수능에서 실패하기도 하는 건 그 때문이죠. 고1 때부터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 문제 유형부터 확실히 파악한 뒤 그에 대비한 공부를 하는 게 좋습니다."

박씨는 "수능만 잘 보면 대학에 들어간다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능 성적은 어느 정도 수준의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할 뿐 합격 여부는 논술.면접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본래 '학력고사 세대'(서울대 통계학과 89학번)인 박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다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여러차례 대입을 치르는 과정에서 2001년 서울대 수의예과에 새로 입학했다.

"제 꿈은 멋진 수의사가 되는 겁니다. 돈 좀 모아놓고 빨리 복학하려고 합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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