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 외교안보팀 교체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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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교안보팀 교체는 보다 적극적인 '대북 햇볕정책' 의 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3조각으로 출범했던 첫 외교안보팀이 포용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새로운 팀의 임무는 이를 한반도 냉전 (冷戰) 해체로 연결하는 것. 특히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 (25~28일)에 이어 올 하반기 중에는 남북대화 재개가 예상되는 분위기여서 어느 때보다 새 외교안보팀의 팀워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외교.국방장관, 국정원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5인 멤버 중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리가 바뀌거나 바뀔 예정. 그러나 임동원 (林東源) 전수석이 통일장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은 국정원장 기용이 예상되는 등 내부이동으로 실제 변화의 폭은 덜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에서 나타날 외교안보팀의 역학관계에는 미묘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임동원체제의 통일부 위상. 그동안 참모조직인 청와대 외교안보비서실을 거점으로 대북정책을 주무르던 林장관이 대북 현안은 물론 외교.안보정책의 실권을 장악할 게 예상된다.

林장관 스스로 '대북정책의 전방사령관' 역할을 원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페리 방북이나 금창리 사찰 등 외교부가 주도해온 굵직한 대북 현안의 주도권을 통일부에 빼앗길지도 모른다" 며 걱정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햇볕정책 전도사' 를 자임하며 미.일.중.러 4강국의 지지까지 이끌어낸 데서 알 수 있듯 林장관이 대북정책 채널.시스템이나 인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임 외교안보수석에 누가 임명되든 林장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자칫 통일부와 외교부가 대북정책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한편에서는 林통일장관이 82년 나이지리아대사 때 공사였던 洪외교장관과 비교적 손발을 잘 맞췄다는 점에서 큰 알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태 (趙成台) 국방장관의 입각은 외교안보팀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趙장관이 워낙 자기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인데다 군개혁.전력 (戰力) 개선 등 국방현안에 주력하는 '관리자 역할' 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趙장관은 현역시절 林장관을 직속 상관으로 모시고 일했던 처지다.

이런 제2기 외교안보팀이 풀어야 할 문제점도 없지 않다.

강인덕 (康仁德) 전장관의 퇴진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도 그중 하나. 햇볕정책에 대한 보수층 비판을 설득하고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 것은 康전장관 몫이었지만 이를 대신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

康전장관도 이를 의식한듯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퇴임 후 정부 대북정책에 지식인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고 밝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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