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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크 총리당선 이후…] '중동의 봄' 기지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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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스라엘 총리로 노동당 에후드 바라크 (57) 후보가 당선됐다.

중동은 발빠르게 평화무드에 진입하고 있다.

바락은 총리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선물을 내놨다.

레바논 남부 점령지로부터의 군대철수 약속이 그것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지역에 대한 병력철수가 가속화하면 그만큼 중동의 평화정착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대 현안인 팔레스타인 독립도 한결 수월해졌다.

그는 '땅과 평화를 교환한다' 는 93년 오슬로 협정과, 그 협정의 실천방안을 담은 98년 와이밀스협정의 성실한 이행을 다짐하고 있다.

바라크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가 군대를 창설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막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시리아와 분쟁을 빚고 있는 골란고원 문제도 해결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골란고원의 일부 지역에 대해서도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다.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중인 유대인 정착촌도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지난해 미국의 중재로 PLO측과 체결한 와이밀스 평화안에 담겨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정작 협정에 서명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행을 회피했다.

만일 네타냐후가 당선됐었다면 와이밀스협정은 사실상 폐기처분되는 운명에 처했을지 모른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바라크의 앞날이 순탄할 것 같지만은 않다.

우선 이스라엘 내부 강경파의 저항이 거셀 것이 분명하다.

극단적인 예지만 93년 오슬로 협정을 체결한 평화주의자 이츠하크 라빈 전총리는 극우파 유대인에 의해 95년 말 암살당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안보 우선을 내건 네타냐후를 지지한 유권자는 40%를 넘는다.

이슬람 원리주의만큼이나 유대교 원리주의자들도 비타협적이다.

바라크 자신도 "이스라엘은 극좌와 극우 사이에 난 좁은 상식의 길을 통해 평화로 가야한다" 고 토로했을 정도다.

아랍의 대응도 변수다.

바라크가 군대 철수를 약속한 레바논 남부에서는 바락의 기자회견 순간에도 반 (反) 이스라엘 조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군을 상대로 수십발의 로켓 폭격을 가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이 계속되면 바락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게 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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