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찐빵마을' 새 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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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산골 면소재지. 배추.무등 고랭지채소로 유명한 고장. 인구라야 고작2천9백명 남짓. 하지만 빵집은 무려 10여군데나 된다. 안흥찐방. 옛날찐방. 고향찐빵. 안흥쑥찐빵. 토속찐빵. 옛날안흥찐빵. 우리밀찐빵. 시골찐빵. 전통찐빵. 민속찐빵등. 면사무소 앞에 있는 안흥찐빵 외에는 전부 재작년말부터 갑자기 생긴 찐빵집들이다.

찐빵앞에 붙여서 이름지을 만한 것은 다 지어붙였다. 시골에 웬 빵집이 이토록 많은 것일까. 면사무소 산업계 조형용씨에 따르면 곧 서너개의 찐빵집이 문을 열 계획이라고 하니 찐방집 개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마을 입구에는 아예 군청에서 '찐빵마을 안흥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는 표말을 내붙였다.

찐빵마을 안흥이 생긴 것은 재작년.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 (0372 - 342 - 4570) 이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부터다.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찐빵손님' 들이 줄을 잇자 마을사람들이 앞다퉈 찐빵집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몰려 심할 경우 2시간을 기다리는 손님들도 있다.

"갈비집들도 빵집으로 바꾸는 것을 보면 참으로 희한한 세상이지요. 이 산골에 도회지 사람들이 찐빵을 사려고 줄을 서니 갈비집이 빵집으로 바뀔 수밖에요. "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기찬씨 (77) .여든을 앞두고 별 희한한 일도 다보겠다는 표정이다.

찐빵은 사실 한물간 빵이다. 안흥찐빵의 인기는 복고풍으로 돌아가고픈 사람들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맛이야 어찌됐든 안흥은 찐빵으로 인해 외지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고 마을경제에도 큰 활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찐빵을 찾아 안흥에 들렀던 사람들은 찐빵의 맛보다는 주변의 수려한 경관에 오히려 감탄을 한다.

강원도라면 어디를 가든 산과 계곡이 아름답지만 안흥은 주변 치악산 산세와 어울려 아름다운 산골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친구에게 안흥찐빵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함께 가자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왔다" 는 김인애씨 (23.인천광역시 산곡동). 먼길을 와서 또다시 찐빵맛을 보기까지 2시간반이나 기다렸다는 그녀는 찐빵맛보다는 안흥의 시골풍경에 더욱 반했다고 했다.

아무튼 한동안 안흥면소재지에는 찐빵집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찐빵을 찾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그러는 사이 안흥은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흥면사무소 (0372 - 340 - 2643)

안흥(횡성)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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