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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하오, 춘란배 준결승서 '한국포위망 돌파' 부푼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창하오 (常昊) 8단은 중국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중국바둑계가 긴장과 기대속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제1회춘란배 준결승전이 21일 (금) 소공동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열린다.

대진표는 이창호9단대 최명훈6단, 조훈현9단대 창하오 (常昊) 8단의 대결로 짜여졌다. 한국3명에 중국1명. 거꾸로 1대3이라도 문제없이 우승을 따내곤 했던 한국인지라 3대1이라면 어린애 팔목비틀기 같은 구도다.

더구나 조훈현.이창호의 이중장벽을 누가 돌파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바로 이점에서 창하오는 영웅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중국기원의 관계자는 "창하오8단이 필마단기로 세계최강 한국의 포위망을 뚫고 우승을 쟁취하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감동적이다" 고 말하고 있다.

준결승전에서 한국기사 3명에 외국기사 1명의 대결구도가 펼쳐진 경우는 두번 있었다. 1회LG배 (97년) 때는 이창호.유창혁.최명훈에 중국의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이 끼어들었는데 이9단이 馬9단과 유9단을 연속 꺾고 우승했다.

2회LG배 때는 이창호.유창혁.최명훈에 일본의 왕리청 (王立誠) 9단. 이때는 王9단이 최명훈.유창혁을 제치고 우승했다. 수가 많다고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번에도 중국에선 창하오8단이 기적을 이루어줄 것으로 숨죽여 기대하고 있다.

이창호보다 한살 어린 23세의 창하오는 현재 중국에서 러바이스배, 천원, CCTV배등 3관왕에 올라 최고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진행중인 기성전 타이틀매치에서는 마샤오춘과 2대2.

창하오는 당연히 중국랭킹1위이자 인기1위다. 이런 상황이기에 중국은 우선 창하오가 조훈현9단과의 대결에서는 반드시 이겨주기를 바라고 있고 또 가능성도 높다고 믿고있다.

두 기사의 상대전적에선 조9단쪽이 2승1패로 앞서고 있지만 창하오의 상승세와 조9단의 하락세를 고려한다면 승산은 창하오 쪽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창하오가 결승전에 진출했다고 가정할 때 역시 최대의 장애는 이창호9단. 그러나 이9단도 준결승전에서 최명훈6단에게 꺾일 가능성이 있다. 최6단은 이9단에게 21승5패를 기록중이니 전적으로만 본다면 최6단이 이길 확률은 불과 20%.그러나 20%는 단판승부에서 상당한 확률이며 더구나 흑번에 강한 최6단이 흑을 잡게 된다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중국측은 이창호대 창하오의 결승대결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그자체로 대만족" 이라고 말한다. 춘란배는 우승상금만 15만달러인 중국최초의 메이저급 세계대회. 20일 저녁엔 롯데호텔에서 성대한 전야제도 가질 예정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5번기로 펼쳐지는 결승전이 이창호대 창하오라는 최고의 카드로 펼쳐질수만 있다면 중국팬들에겐 최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창하오가 준결승에서 탈락하면 중국의 결승전은 남의 집 잔치가 되고 중국기원과 후원사인 춘란그룹은 자칫 외화낭비의 비난만 뒤집어쓰게 된다. 막 불붙고 있는 중국의 바둑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또다른 국제대회의 신설에 재를 뿌린다는 점에서 중국측의 노심초사는 이해가 간다.

메이저급 세계대회서 한국은 19회 일본은 8회 중국은 2회 우승했다. 지금 한국우승은 흔해졌지만 조훈현9단이 89년 한국에 처음으로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겨줬을 때는 김포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고 온 매스콤이 법석을 떨 정도로 요란한 사건이었다.

중국기원도 춘란배와 창하오8단이란 젊은이를 통해 그같은 감격을 기대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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