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참전 英이등병 편지 85년만에 가족에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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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쟁터로 떠나는 한 병사가 사랑하는 부인을 그리며 바다에 던져보낸 편지가 85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소설과도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영국군 토머스 휴스 (당시 26세) 이등병. 당시 휴스는 프랑스전투에 참가하기 위해 군함을 타고 도버해협을 건넜다.

멀어져만 가는 영국땅을 바라보면서 그는 아내 엘리자베스에게 편지를 썼다.못다한 이별의 사연을 담은 편지는 맥주병에 넣어져 영국쪽 바다로 던졌다.

12일 후 휴스는 더럼 경보병대 소속으로 첫 전투에서 사망했다. 부인은 남편의 전사통지서를 받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그녀가 끝내 남편의 마지막 편지를 받지 못하고 숨진 해는 79년. 하지만 지난 3월 영국 템스강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 스티브 고완의 그물에 편지가 든 병이 걸렸다.

수소문 끝에 휴스 부부의 딸인 에밀리 크로허스트 (86)가 현재 뉴질랜드에 살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편지는 17일 딸에게 배달됐다. 딸은 "당시 두살배기였던 나는 사진속에만 남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자랐다" 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담은 편지를 얻게 돼 너무 기쁘다" 며 감격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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